尹 거부에도 '1대1 영수회담' 끈질긴 제안.. 李 '대항마' 이미지 부각
尹, 다자 회동 형식에 무게둔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에도 거듭 1대 1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이유가 뭘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일찍감치 '윤 대통령의 대항마'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자신을 향한 사정 정국에서 정부여당보다 민생을 더 챙긴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관측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8·28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뒤 지금까지 총 5번에 걸쳐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전날인 13일 민생경제위기대책위 출범식에서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지난달 28일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수락연설과 이튿날인 29일 첫 최고위원회의, 30일 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지난 8일 페이스북에도 각각 영수회담 제안과 수용 촉구했다.
이 대표의 반복적인 영수회담 요청은 윤 대통령과 1대 1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카운트 파트' 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민생까지 챙긴다는 인상까지 줄 수 있어 이 대표 입장에선 윤 대통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반복 제안은 윤 대통령의 의중과는 무관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관련해 "이미 윤 대통령은 여러 번 입장을 밝혔다"며 "지난번 이 대표와 통화 때도 '상황이 정리되면 조속히 만나자'고 했는데,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수회담의 시기에 대해 "정치권의 여야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그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독대하는 영수회담보다 윤 대통령이 여야 당 대표를 만나는 다자 회동 형식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이진복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 여당 총재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영수회담이 일리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당 대표와의 만남으로 가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에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여야)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만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이 대표의 1대 1 회담 요청은 거절한 셈이다.
또 윤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이 아닌 정식 당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한다면 올해 안의 회동은 어렵다. 국민의힘은 올해 안으로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1 대 1 영수회담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면 야권 내에서 다른 대권 잠룡들이 부각하지 못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여론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 1위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법리스크' 등 불안 요소도 산적한 상황이다. 향후 검찰의 수사경과에 따라 이 대표 체제의 불안요소가 커지면, 범야권에서는 자연스럽게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일찌감치 '윤 대통령 대항마' 이미지를 굳혀 야권에서 다른 후보들이 떠오르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항마' 이미지를 굳힌 것이 대권가도에 도움을 줬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맡았으나 낮은 지지율에 고전했고 한 때 야권의 대안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민주당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사태로 고꾸라지자 유권자들의 표심은 '박근혜 대항마'였던 문 전 대통령 쪽으로 쏠렸고, 여기에 보수표까지 분산되면서 대통령이 됐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 배경에 대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면 이 대표의 위상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본인에 의해 제기되는 의혹들도 민생에 신경 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통해 어느 정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해 적법한 수사라고 하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등 여론이 좋지 않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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