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심각한 인플레' 쇼크] "연말 1450원 갈수도".. 韓경제 회복 '아킬레스건' 킹달러

문혜현 2022. 9. 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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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5개월 만에 1390원 돌파
환율 급등에 물가상승 압박도
항공·정유 등 산업계 비상모드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돌파한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13년 5개월여만에 처음으로 1390원을 돌파하는 등 우리 경제 충격 우려가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등으로 당분간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말께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9월 FOMC 앞두고 1400원 넘을 듯"= 전문가들은 다음 주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1400원대 진입이 초읽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도 "9월 FOMC까지 시장의 경계심리가 계속될 것"이라며 "14일 20원 넘게 급등했기 때문에 하락 되돌림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환율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9월 FOMC까지 14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 FOMC에서 어떤 경제전망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라며 환율 상단을 폭넓게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문 연구원은 "시장에서 미국 기준금리를 연말 연 4%, 내년 연 4.5%까지 예상하는데 그 이상을 제시하면 시장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도 "연준이 연말 이후로도 매파적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로는 9월 FOMC에 따라 1430∼1450원 터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 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을 주의하면서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국내 물가 상황도 심상치 않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을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0%로 전달(6.30%)보다 오름세가 꺾였지만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재차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 영향= 환율 급등으로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 유리하고 수입 기업에는 불리하지만, 국내 제조업의 경우 중간가공 비중이 높아 일정 수준 이상 환율이 오르면 결국 수출 기업에도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내수 중심의 중간가공 업체나 항공업계 등은 환율 상승이 수입 원자재값 부담으로 가중돼 별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장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외화 부채 상환 부담도 더 커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순외화부채가 약 35억달러(4조7200억원)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84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와 철강업종은 원유·철광석 등 원재료를 달러로 사들인다는 점에서 비용 압박을 생긴다. 두 업종은 모두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원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의 '내추럴 헤지'로 대응하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의 장기화는 부담이다. 식품업계의 경우 원재료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더 상승하면 이중고에 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환율 급등은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올들어 국제유가 고공 행진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 반도체 수출 둔화 등으로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무역적자는 한층 가중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했을 때 수출금액과 수입금액은 각각 0.03%, 3.6% 증가했다. 고환율이 수출보다는 수입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수출에 비해 수입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상품수지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정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는 '쌍둥이 적자'의 현실화가 대두한 것이다. 7월 상품수지는 11억8000만달러 적자로 2012년 4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수입 증가율은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은 "8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해 상품수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서비스·소득수지도 봐야겠지만 (8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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