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개성에 설립된 유년감옥, 그들은 과연 교화됐을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학생이 드러누워 여교사 뒷모습을 촬영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6일 밤 공회당에서 개최한 청년 오락회 구경을 갔더니,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15~16세 아이들이 강연은 듣지 않고 남의 집 부인을 보고 못된 말을 하거니와 또는 좋지 못한 말을 함부로 하는데, 그 자리에서 말을 하면 모든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하여 참았소이다. 폐회가 되어 나오는데 역시 온당치 못한 말을 함부로 하므로 욕을 당한 사람은 분함을 참지 못하여 불량소년 중에 제일 심하게 하는 놈을 데리고 태평통파출소에 와서 순사에게 고소한 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에도 절도·음주 등 청소년 범죄 골치 1922년 9월 24일 250명 수용 규모 감옥 개청 14세 이상 18세 이하 소년에 연남색 옷·콩밥 '죄를 범하는 것은 일을 하기 싫어서 그런 것'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학생이 드러누워 여교사 뒷모습을 촬영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술을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의점 주인을 때리고 "나는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 아무 문제없다"면서 난동을 부린 중학생도 있었다. 법이 행동을 제어하는 수단이 아닌 방패막이가 된 듯하다. 그런데 이런 어린 학생들의 일탈은 비단 요즘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100년 전에는 어떠했을까. 그 모습을 한 번 찾아가 본다.
'대담한 14세 소년의 반지 절도'라는 1922년 7월 9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지난 4일 아침 7시경에 대전 본정 2정목 권용성(權容成)전당포에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면 학정리에 산다는 여정식(呂正植·14)이라는 아이가 반지 3개를 잡히려 하였다는데, 주인은 수상하게 보고 경관의 증명을 받아 가지고 오라 하였더니, 여정식은 시장파출소에 가서 증명을 받다가 사실이 탄로되어 그대로 본서(本署)로 압송하여 조사 중인데, 그 반지는 어디서 훔친 것이라더라."
술 때문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했었다. '어서 바삐 소년금주법을 실행하기를'라는 제목의 1922년 8월 11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근래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젊은이들이 계집 있는 내외술집으로 다니며 의례히 할 것을 알고 행주(行酒)하는 것을 보니까 어서 바삐 소년금주법이 실행하기를 재촉합니다."
당연히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뿐만 아니라 행동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강연장의 어린 아이들이 못된 말만 해'라는 1922년 2월 11일자 매일신보 기사다. "6일 밤 공회당에서 개최한 청년 오락회 구경을 갔더니,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15~16세 아이들이 강연은 듣지 않고 남의 집 부인을 보고 못된 말을 하거니와 또는 좋지 못한 말을 함부로 하는데, 그 자리에서 말을 하면 모든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하여 참았소이다. 폐회가 되어 나오는데 역시 온당치 못한 말을 함부로 하므로 욕을 당한 사람은 분함을 참지 못하여 불량소년 중에 제일 심하게 하는 놈을 데리고 태평통파출소에 와서 순사에게 고소한 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유년감옥'(幼年監獄)에 대한 논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1919년 이후의 범죄자가 날로 증가하여 늘어가는 중에 매년 증가되어 가는 것은 유년범죄자(幼年犯罪者)라고 한다. 그래서 유년감옥도 이제부터 시설될 모양인 바 이것은 이미 죄를 지은 자의 감화원(感化院)이라고도 할 수 있지마는, 이와 같은 유년자의 범죄를 예방할 방편이 필요한 것인데 오늘까지에는 유년범죄가 늘어감을 방관할 따름이요, 그 구제책을 강구한 일이 없을 뿐 아니라…(중략)…유년자의 범죄를 예방함을 강구하기로 목적하고, 유년범죄자의 신분과 범죄 종류를 자세히 조사하여 내년 1월부터 매월 통계를 내어 1년의 통계를 만들기로 계획하였다."(1921년 12월 4일자 매일신보)
유년감옥 설치는 1920년에 이미 계획을 세웠다. 1920년 9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총독부 법무국에서는 또다시 오랫동안 숙제 중이던 유년감옥을 기어코 실현할 계획으로 이미 고안(考案; 연구)하였던 설계를 조사하고 수정하는 중인데…(중략)…10월 안에는 기어코 실제 공사에 착수하여 내년도 안에는 완전히 준공케 하겠다더라."
유년감옥은 마침내 완공되어 1922년 9월 24일 개성에서 개청식을 거행하게 된다. "개성 유년감옥의 개청식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4일 오후 1시부터 그 감옥 신축 청사에서 거행하였는데, 경성으로부터는 총독부 법무국장, 경기도지사와 기타 관민의 참석자가 많았고, 개성 관민 유지를 합하여 100여 명의 내빈이 참석함에 축사 연설이 있은 후, 일동이 기념촬영을 하고 오찬을 함께 한 후 오후 4시 반에 자못 성황 속에 산회하였더라." (1922년 9월 26일자 매일신보)
이렇게 개청한 개성의 유년감옥은 어떻게 운영되었을까. 1922년 10월 2일자 동아일보에 관련 내용이 나온다. "지난 24일에 개청식을 한 개성유년감옥에 대하여 감옥과장은 말하되, '종래로 조선에는 순전한 유년감옥이 없었고 남조선 지방으로 전라남도 광주와 경상북도 김천 두 군데에서 어린 죄수를 수용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모두 청년도 수용하는 감옥이요, 개성에 있는 유년감옥은 순전한 소년만 수용할 터인데, 250명가량이나 수용할 듯하며 그 죄수들은 보통 죄수와 같이 붉은 옷을 입지 아니하고 연남색 옷을 입힐 터이며, 먹기는 역시 다른 죄수와 같이 콩밥을 먹일 터이요, 대개 이 감옥에 수용하는 죄수는 나이 14세 이상 18세 이하의 죄수들을 수용하는 터이므로, 죄수를 징계한다는 것보다 감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나 그렇게 나이 어린 아이가 죄를 범하는 것은 대개 일을 하기 싫어서 도적질 같은 것을 하는 것이라, 일을 하는 행습(行習)을 시키려 하며 일한 후에는 교실에서 보통학교 정도의 글을 가르치고 교회소에서 종교적으로 설교도 하는데, 감옥 안에 1, 2, 3급과 특별계급을 두어 처음에 들어 온 죄수는 낮이나 밤이나 독방에 두고 동정을 보아 좀 나아지면 2급에 넣어 낮에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일을 시키고 밤에만 독방에 넣으며, 또 조금 성적이 나아지면 상급에 넣어 낮이나 밤이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도록 하고, 3급에서 또 성적을 보아 특별급에 넣은 후 성적을 보아 가출옥시키는 제도이며 집도 일하는 곳과 교실 사이에 복도를 통하게 하여 연락이 있게 하였다."
유년감옥은 징계보다는 교화(敎化)가 목적이지만 이들이 교화됐는지는 의문이다. 중국 춘추시대 관중(管仲)은 '종신지계막여수인'(終身之計莫如樹人)이라고 말했다. '평생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 한 것이 없다'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소년범 교육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사회, 가정, 학교가 머리를 맞대고 숙고해야 한다. 헌데 무엇을 보고 따라오라고 가르칠 것인가. 참으로 혼란스러운 요즘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못참겠다, 이런 빌어먹을 잉크"…또 짜증 폭발한 찰스왕
- 러시아 국기 갈기갈기 찢어버리고…우크라 "서울 10배 면적 탈환"
- 장례식장서 잠든 친구 부인 유사 강간한 남성...징역 2년에 법정 구속
- 박지원 폭탄발언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해…대통령이 바로 가야 국민이 산다”
- 하마터면…엘리베이터서 10대 납치시도 40대 남성 긴급체포
- "김영선 좀 해줘라" 尹대통령-명태균 녹취록 공개 파장… 대통령실 "공천 지시 아냐, 그저 좋게
- 생산·소비 `동반 추락`… 설비투자 홀로 8.4% 반등
- `합병 SK이노` 1일 출범…무자원 산유국서 `친환경` 에너지강국 도약 이정표
- "기술혁신이 ESG"...AI로 고령화 해결 나선 제약바이오기업들
- "가계대출 총량규제 맞춰라"… 신규억제 넘어 중도상환 유도하는 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