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40% 빠진다"는 한국의 닥터둠.."주식은 팔때 아냐"

문재용 2022. 9.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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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금융위원회 세미나
통화·재정정책 코로나에 소진
2008년보다 쓸만한 카드 적어
G2갈등에 국제공조 기대 난망
정쟁격화에 정책 왜곡·마비돼
인구 고령화도 경제회복 발목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민간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우상현 BC카드 신금융연구소장,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홍순영 전 한성대 국제무역경제학과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문재용 기자]
경제 전문가들이 향후 한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발 긴축과 무역적자 심화 등으로 국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경제위기 때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금융·재정 등 정책수단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개최된 민간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과 기업 및 개인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며 이 같은 정책수단을 모두 소진한 상태다. 물가 수준 탓에 통화정책을 쓸 수도 없고, 부채 수준 탓에 마음 놓고 재정을 풀 수도 없다"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전례 없는 수준의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간금융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회복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현재는 미·중 양국이 오히려 서로를 공격할 틈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 리더십이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까닭에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위기가 전개될 수 있고, 이는 한국이 대처법을 찾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과거 위기 때는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지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현재는 일본을 포함한 주요 경쟁국의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해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구문제도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위험이 고조되는 시기에 인구 고령화 문제도 심각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출 소요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혼란에 빠져 있고 정치의 양극화도 심각하다"면서 "그 결과 경제정책이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책이 왜곡되고 지연·마비되는 현상이 벌어지며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상현 BC카드 신금융연구소장은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민간이 주도적으로 향후 발생할 위기를 극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는 세계 경제를 감안해 이번 위기를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닥터둠'으로 불리는 김 교수는 이날 한국의 주식·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김 교수는 국내 주식에 대해 "현재는 저평가돼 있어 매도할 시기가 아니다"며 "가장 좋은 매수 타이밍은 내년 1분기"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며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 비관론자인 김 교수가 오히려 반등 가능성을 점치고 나선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여러 통계를 분석하면 현재는 하락 사이클 초반에 해당한다"면서 "서울 아파트도 30~40% 떨어질 수 있으며 이 같은 국면이 5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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