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한기정 임명 수순 돌입한 윤 대통령..정국 경색 불가피
민주당 향해 "무분별한 국정 발목 잡기" "셀프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회에 이원석 검찰총장·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은 하루 뒤인 15일로 정했다. 윤 대통령이 오는 18일 순방차 출국하기 전에 임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인사 지연을 두고 “발목잡기” “셀프 비판” 등의 표현을 동원해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두 후보자 임명과 맞물려 정국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재송부 요청과 함께 이례적으로 민주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도 민주당의 반대로 경과보고서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10번째”라며 “법정시한(지난 13일)까지 어겨가며 채택을 거부하는 것은 자칫 무분별한 국정 발목잡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인선에 전혀 협조해 주지 않으면서 인선이 늦어진다며 비판하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를 향한 셀프 비판이 될 수 있다”면서 “민생과 경제 상황이 위중한 이때 소모적인 정쟁으로 국민께 누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청문회법상 열흘까지 가능한 재송부 기한을 하루로 압축하며 조속한 임명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18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길에 오르는 만큼 그 전에 임명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책임을 돌린 것도 속도전을 위한 명분쌓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내부에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불발 사례가 쌓이는 기저에 정부에 ‘임명 강행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야당의 의도가 깔렸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재송부 기한이 끝나면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으니 (임명 시기는) 미리 말씀드리진 않겠다”면서 “다만 이미 인사청문회가 끝났고 여야가 의지만 있다면 오늘 내일 충분히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은 국회가 재송부 기한 내에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바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거론하면서 이 검찰총장 후보자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각종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 대표에게는 방탄조끼를 입히면서도 묵묵히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검찰총장 후보자에게는 부적격 낙인을 찍는 것은 어느 나라 정의이고, 상식인지 묻고 싶다”면서 “이제는 결단의 시기다. 더 이상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두 후보자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윤 대통령의 최종 선택을 지켜보고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임명과 동시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연속된 임명 강행을 비판하며 대정부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기국회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강화하며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 많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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