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사과로 다시 시작한 국민의힘 비대위, 첫날부터 '이재명·문재인' 공세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문광호 기자 2022. 9. 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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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받고 환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약 한 달 만에 다시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국민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정부 뒷받침을 다짐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 고삐를 바짝 쥐며 본격화하는 정기국회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공개 일정으로 현충원 참배·비대위 회의·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접견 등을 수행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는 지난달 18일 주호영 비대위 첫 회의와 마찬가지로 사과로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성 상납 의혹,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당원권이 정지된 지 2개월이 넘었다”며 “우리 당의 전 대표가 당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가처분 소송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집권여당의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하며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집권여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국민에게 걱정만 끼쳤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에 주어진 임무는 자명하다. 국정 운영의 두 엔진 중 하나인 집권여당을 정상화시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튼실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639조원의 예산 심의에서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장 뒷벽에는 ‘다함께 새롭게 앞으로’라는 걸개가 걸렸다. 이날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 법원 심리가 열리는 등 비대위 운명을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정기국회에서 야당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가 이달 28일 이후로 판단을 미루면서 정진석 비대위는 일단 2주의 시간을 벌었다.

비대위원들도 “마음이 무겁다”며 반성과 새출발을 말했다. 김상훈 비대위원은 “부끄럽게도 국민의힘은 국민과 당원들이 걱정하는 정당이 돼가고 있다. 모든 정치적·정책적 부담을 대통령에게 안기고 있다”며 “당의 중진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다”고 했다. “당이 절벽에 서 있다는 절박한 심정”(김종혁 비대위원), “집권당의 유능함을 되찾아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김병민 비대위원), “조속히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매듭짓고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전주혜 비대위원)는 말이 나왔다.

회의에 앞서 비대위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방명록에 ‘이익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고,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라는 뜻의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을 썼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옥중에서 쓴 <논어> 글귀다.

비대위는 첫날부터 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지적하는 데 힘을 쏟았다. 정 위원장은 “정치권의 정쟁이 국회로 밀려들고 있다. 국회 입법권을 이용해 사법 리스크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심히 우려할 수준”이라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담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거래가 없었다면 대기업의 성남FC 후원이 가능했겠는가”(성일종 정책위의장)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당 전체가 동원되는 모습”(김종혁 비대위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 부실과 관련해 “비리 복마전” “보조금 따먹기”라는 표현을 썼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반대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더 이상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에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 관련 공동 결의문 채택과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압박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진복 정무수석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 받은 자리에서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에도 미안하다”며 “비상상황을 빨리 종식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도 당이 빨리 안정돼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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