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으로 드루와"..널 위해 공간을 비워놨어

이한나 2022. 9.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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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신라이프치히화파 작가
마티아스 바이셔 첫 개인전
"관객과 작품 소통 위해
인물을 그리지 않아요"
10월 9일까지 쾨닉서울
쌍둥이 같은 그림이 3쌍 나왔다. 같은 공간을 그린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달라 마치 숨은그림찾기 같다. 흔한 욕실 풍경도 화사한 색감과 미묘한 변주를 통해 새롭게 다가온다. 독일 신라이프치히 화파로 꼽히는 마티아스 바이셔(49·사진)가 실내 공간을 다양한 시점과 구성으로 실험한 작품을 올해 신작 유화로만 12점 선보였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개인전 'Mirrors and Things'가 10월 9일까지 청담동 쾨닉 서울에서 열린다.

바이셔는 2004년 롤렉스 멘토&프로테제 아트 이니셔티브에 뽑혀 생존 작가 중 가장 그림 값이 비싼 데이비드 호크니(85)의 가르침을 받아 주목받았다. 호크니는 "우리 두 사람은 공간과 그 공간 속 사물에 관심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 덕분에 아주 친해졌다"고 밝혔다. 대가의 영향인지 옛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 화가치고는 색감이 아주 밝고 화사하다. 전작보다 동양적 요소가 많아진 것도 두드러진다. 2014년 일본에서 체류한 것을 계기로 서양의 투시원근법에서 벗어나는 실험에 적극 나섰다. 바이셔는 대형 유화 작업도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추상화를 그리듯 화면을 분할한다. 무의식에 따라 즉흥적으로 붓질을 하고 그 공간에 어울리는 사물을 배치하면서 서서히 완성해 나간다. 숨겨져 있던 여러 겹의 유화 물감이 종종 캔버스 사각 귀퉁이에서 소심하게 드러나는 것도 매력적이다.

`Last Supper` (183 x 236 ㎝). [사진 제공 = 쾨닉서울]
특히 가로 236㎝·세로 183㎝의 대형 작품 2점이 실제로 내 앞에 펼쳐진 공간 같다. 'Last Supper'는 분홍빛 서구식 방 안에 중세풍 '최후의 만찬' 그림과 볼록거울에 비친 작가 모습이 함께 있다. 테이블 위 동양적인 도자기 홀로 평면으로 표현돼 이질적이면서 호기심을 자아낸다. 반면 'Podium'에는 다양한 육면체가 등장하는데 제각각인 그림자 방향만으로도 여러 시점이 존재해 공간감이 헷갈린다. 비단 천 등 동양적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일란성쌍둥이 같은 'Blende1·2'는 무심코 흘린 듯한 물감 자국의 색만 같고 위치가 다르다. 평범한 욕실을 환한 연둣빛으로 칠하고 치약과 칫솔 주인공만 바꾼 작품 'Tube'와 'Burste'는 이란성쌍둥이 같다. 작업실 한쪽에서 놀이 혹은 실험을 하듯 쌍둥이 그림을 그리던 작가는 최근 전시에서 공개하기 시작했다. 바이셔는 "나란히 걸었을 때 단일 회화에서는 느끼지 못한 특별한 의미를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회화 그 자체의 의미를 찾고 열린 결말처럼 관람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오롯이 그림 속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려고 가급적 인물도 넣지 않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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