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끝이 아니다.. OTT 올라타고 펼쳐질 '한류 4기'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2년 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을 달성하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수상소감이다. ‘1인치의 장벽’은 비영어권 콘텐츠에 달리는 영어 자막을 의미한다. 그간 영어권 국가 시청자들에게 자막을 읽어야하는 비영어권 작품은 비선호 콘텐츠였다. <대장금> <겨울연가>부터 <이태원 클라쓰>까지 한류 열풍을 불러온 한국 드라마들은 대개 문화적 친숙성이 있는 아시아 국가들까지만 영역을 확장하고는 멈췄다.
‘1인치의 장벽’이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한류 물결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제 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해 6관왕에 올랐다. 이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한국 콘텐츠가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은 일상적인 뉴스다. 14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을 보면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7주 연속으로 시청 시간 1위 자리에 올라있다. 지난 9일 공개된 하정우, 황정민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도 공개 일주일도 되지 않아 글로벌 흥행 조짐이 보인다. 14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수리남은 공개 5일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톱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바하마스, 홍콩, 케냐, 모로코,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총 8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전날에 이어 5위를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 시청자들은 이미 종영된 한국 콘텐츠도 꾸준히 찾을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9월 둘째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시청 시간 순위를 보면 지난 3월 종영한 KBS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가 시청시간 4위에 올라있을 정도다.
영어권과 비영어권을 가리지 않은 한국 콘텐츠의 인기 배경에는 OTT라는 콘텐츠 유통 방식 변화가 가장 크게 자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류의 발전과정과 향후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한류는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총 4기로 나뉜다. 1990년대 중반~2017년까지 이어지는 제1~3기와 2018년~현재의 제4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OTT의 출현이다. 리포트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여러 국가로 자막을 단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용이해진 환경에서 글로벌 콘텐츠 수급 경쟁이 심화됐다고 설명한다. 아시아권에서 입지가 높은 한류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유통이 이 시기에 확대됐다.
내로라하는 OTT 플랫폼은 상당수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한 상태라, 앞으로 <오징어 게임>에 버금가는 히트작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런칭을 앞두고 있는 OTT 서비스 HBO 맥스는 HBO 인기 드라마 <멘탈리스트> 한국 리메이크판을 제작하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는 2021년 한국 콘텐츠 투자에 5500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10편 늘어난 25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려 한다.
리포트를 작성한 양수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임연구원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미투나 인종차별 반대 운동 등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하는 글로벌 트렌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작품의 수준이 높고 보편적인 문화코드까지 갖춘 한국 콘텐츠는 이에 맞물려서 계속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TS, <기생충>, <미나리> 등의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도 일종의 ‘퀄리티 보증’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해외 시장 중심으로 유통 인프라 구축을 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말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인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 엔데버콘텐츠(현 ‘피프스시즌’)을 인수했다. 단순 투자를 넘어서 글로벌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양수영 연구원은 “한류가 인기를 얻을수록 콘텐츠 IP(지식재산권) 확보같은 제도 정비, 인프라 구축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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