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친환경 사업 혁신할 골든타임 [CEO의 ESG 편지]

2022. 9. 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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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고객은
침묵하지 않고 괴롭히는 고객
그들의 불편함에 귀 기울일 때
새로운 사업 기회 열릴 수 있어

◆ ESG 경영현장 / 플라스틱 팬데믹 3부 ⑤ ◆

남이현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왼쪽 가운데)가 최근 신입사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친환경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한화솔루션]
기후변화는 이미 임박한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폭우 피해도 무척이나 컸습니다. 또 북반구는 폭염에 시달리는데 남미 지역에서는 폭설이 내리는 등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에 기후재앙은 현실이 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버려진 일회용품 처리 문제도 발등의 불이 됐지요. 인류를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지켜준 마스크와 비닐장갑 등 위생용품들이 걱정거리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일회용품의 소재인 플라스틱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이런 시기에 석유화학 회사에 입사한 직원들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한화솔루션의 신입사원들이 던진 인상 깊었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제 생각을 같은 산업에 몸담은 후배 여러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한 신입사원은 '입사 후 회사 사업을 분석해 보니 기존 석유 기반 제품이 여전히 좋은 수익을 내는 반면, 친환경 소재 등은 원가 부담 등 경제성 문제로 상당 기간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맞습니다. 앞으로 10년은 친환경 비즈니스 혁신의 골든타임으로, 정말 중요합니다. 이 기간에 반드시 친환경 사업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야 합니다. 친환경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글로벌 사회가 요구하는 순환경제의 가치사슬에서 밀려나 결국 도태되는 운명을 맞이할 것입니다.

친환경 사업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한화솔루션이 미국 스타트업 노보루프(Novoloop)에 투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습니다. 노보루프는 버려진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고부가가치 원료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재활용이 어려웠던 일회용 봉투를 분해해 다시 원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발, 의류 등에 활용 가능한 업사이클링 소재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되면 경쟁력 있는 친환경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엔 서울대와 설립한 친환경 연구소를 비롯해 국내외 연구기관·대학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모두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다른 신입사원은 '부서 선배들과 글로벌 고객사 미팅에 참석해 보니 재생원료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해 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지고 있어 영업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침묵하는 고객보다는 괴롭히는 고객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환경적 측면에서 점차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석유화학산업과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역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의 니즈에서 비롯된 고민이 곧 혁신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는 혁신을 통해 친환경 사업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체 개발을 거쳐 상업화에 성공한 친환경 가소제 에코데치(Eco-DEHCH)가 대표적입니다. 벽지, 장판, 완구 등의 주요 소재인 에코데치는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기존 품질을 유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존 가소제가 환경호르몬을 유발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소비자의 우려와 대체 제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없었다면 에코데치는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한화솔루션이 전 사업장에서 추진 중인 '탄소제로' 친환경 공정 구축 역시 고객의 요구를 맞추는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수산단 내 기업들의 공급 요청에 따라 추진한 합성가스 사업에서 처음으로 이산화탄소를 재순환해 합성가스로 회수하는 기술을 적용했지요. 결과적으로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추가적으로 확보했습니다.

다른 한 신입사원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전개하는 ESG경영이 지속가능할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우리의 미래 사업이 될 수 있을까요?'를 질문했습니다. 석유화학산업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는 친환경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역시 제품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발전 사업 등 그린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며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다양한 친환경 사업 분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 내에서 석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케미칼부문 역시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로 수요가 함께 커지는 송배전용 전선케이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케이블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요. 친환경 비즈니스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함께 발전하려는 노력이 석유화학산업을 더 좋은 직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기후위기는 정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변화의 열쇠를 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친환경 비즈니스에 대한 굳은 의지를 품고 각자의 자리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활약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고객은 물론 지역사회, 가까이는 여러분 주위의 이웃이 공감할 수 있는 ESG 활동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임해주시면 저 역시 기업의 경영자이자 선배로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남이현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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