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인천 미추홀구 등 '전세보증사고' 최다(종합)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 지난달 1089억..월간 사상 최대
서울 강서구·강동구선 전셋값이 매맷값 넘어서..역전 현상
"전세가율· 지역시세 공개 경고 의미..실질적 대책 아니야"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은 전셋값이 8월 한 달에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미추홀구에선 전셋집 다섯 채 중 한 채가 ‘깡통 전세(집값이 전셋값 이하거나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하는 집)’였다.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경기도 부천시 등이 수도권에서 전세 보증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약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인데 ‘전세사기’ 위험이 큰 지역이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 인천시 등 일부 지역의 평균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높은 ‘깡통전세’ 가 많아 전세 계약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차계약 체결 시 활용할 수 있는 지역별 전세가율과 보증사고 현황, 경매낙찰 통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방안’과 이달 1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아파트는 실시간으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지만 빌라는 대부분 시세를 확인할 수 없었다. 정부는 실거래가 기반의 전세가율 정보를 월 단위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의 피해를 예방하자는 게 이번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기본적으로 전국 시·군·구 단위로 전세가율을 공개하는데 전세 사기가 빈번한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로 제공한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 7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총 511건, 1089억원의 보증사고가 발생했고 전국 평균 보증사고율도 3.5%로 조사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2013년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출시 이래 월간 단위로 사상 최대다. 보증사고는 수도권에 93.5%가 몰려 있었고 수도권 보증사고율은 4.2%로, 지방(0.9%)의 4배가 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서구(60건·9.4%), 인천 미추홀구(53건·21.0%), 경기 부천시(51건·10.5%) 등의 순이었다. 이날 공개된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전국 기준 74.4%, 수도권 69.4%, 지방 78.4%였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3개월간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것이다. 전세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전국 83.1%, 수도권 83.7%, 지방 78.4% 등으로 아파트 전세가율보다 높았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105.0%)에선 아예 전세 시세가 매매 시세를 웃돌았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98.3%)과 강동구 길동(97.5%)·성내동(96.3%)에서도 전셋값이 매매가에 바짝 붙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에 대한 전셋값의 비율로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등 깡통전세의 위험이 크다. 시·군·구별 아파트 전세가율은 인천 중구(93.8%)·동구(93.5%)·미추홀구(92.2%)·연수구(90.4%)·남동구(90.4%) 등 인천의 5개 구가 90%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충북 청주 흥덕구(128.0%)·청주 청원구(121.5%)·충주시(107.7%)·제천시(104.5%)·보은군(104.5%) 등 충북 5개 시·군에서는 연립·다세대주택 전셋값이 집값보다 높아 전세가율이 100% 이상이었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최근 3개월간 빌라 전세가율이 주택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경매 낙찰가 비율)보다 높은 지역은 37곳이다. 선순위 채권이 없어도 경매 낙찰가가 전셋값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수도권 읍·면·동까지 전세가율 공개
전세 사기를 포함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 피해가 늘자 국토부는 전세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세가율이 높거나 보증사고가 급증한 지역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장 관리를 요청한다. 국토부 자체적으로도 전세 사기 의심 사례를 선별해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
이달부터는 부동산테크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시·군·구별 전세가율과 낙찰가율, 보증금 미반환 사고 현황을 국민에게 매달 공개한다. 이들 정보가 시·군·구 단위로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깡통 전세 위험 주택을 전세 수요자가 사전에 파악하도록 해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잦은 수도권에선 읍·면·동 단위까지 전세가율을 공개한다. 국토부는 내년 초엔 물건별 적정 전세 시세를 산출해주는 ‘자가진단 안심 전세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관건은 이런 정보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느냐다. 부동산 시장에선 일부 지자체가 전세 사기 징후를 일찌감치 감지하고도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토부가 나서기엔 행정력이 마땅치 않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국토부가 지자체에 시장 관리를 강제할 순 없겠지만 관리를 지원하는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공개한 정보론 깡통 전세 위험을 파악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량이 적은 지역 등에선 전세가율이나 낙찰가율이 과소·과대하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주택 특성에 따라 전세가율이 달랐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위원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매매보다는 전세로 살고 싶은 임차인이 많기 때문인데 지역 시세를 알려준다고 해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고전세가율 지역 공개로 소비자가 주의는 하겠지만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전세가율이 높게 나온다”며 “전세가율이 높다고 해서 그 지역에 사람이 안 들어갈 수는 없으므로 실질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는 “전세 수요자에게 정보를 확대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아직 막연한 수준이다”며 “개별 주택과 임대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세입자가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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