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못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성인 ADHD?'.. 병원 찾는 성인 ADHD 급증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세 이상 ADHD 환자수는 2017년 7748명에서 지난해 3만5042명으로 4.5배로 증가했다. 성인 ADHD 환자 중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남성의 비율이 높다. 그러나 최근 2030 여성 환자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같은 기간 2030 여성 환자는 1922명에서 1만3549명으로 4년 새 7배 이상 급증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ADHD는 남성 유병률이 높지만 여성들이 같은 질병이더라도 병원을 많이 찾아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최근의 성인 ADHD 환자 증가는 진단이 늘면서 환자가 ‘발굴’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을 체감한다. 서울 강남의 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직원 김모씨는 “ADHD 검사를 안 해왔는데 환자가 늘고 처방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서 두 달 전부터 검사를 시작했다”며 “10∼40대가 주로 찾아오는데 미디어를 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사연자 간 상담을 보고 ‘어쩌면 나도?’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과거엔 ADHD를 질병이 아닌 성격으로 보고 자꾸 고치라고만 했지만 정보가 많이 공유되면서 40대 이상도 많이 찾아온다”며 “ADHD인 줄 모르고 자책만 하던 60대 환자가 치료받고 일의 효능이랑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만족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ADHD는 아동기에 나타나는 소아정신과 질환이다. 선천적 요소에 의한 신경발달장애로 보는 견해가 많다. 보통 아동기 인구의 8% 안팎에서 발병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은 성인이 돼서도 증상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성인 ADHD 환자는 증상이 자연 소멸되지 않아 치료를 계속하거나, 어릴 때 진단받지 않고 늦게서야 발굴된 경우다. ADHD 증상은 만12세 전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성인이어도 진단 시 병·의원에서 초·중·고교 생활기록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ADHD는 크게 과활동·충동형과 주의력결핍형으로 구분된다. 소아·청소년의 ADHD 증상으로는 과활동이 많지만 성인에게선 주의력 저하와 충동성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집중력 저하뿐만 아니라 △쉽게 욱하고 말실수가 많아 자주 오해를 사거나 △우산 등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모임에 늦는 등 시간 관리를 못 하고 △정리정돈을 못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백명재 경희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ADHD 자체가 위험한 병은 아니지만 ADHD 환자는 대체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공존질환을 갖고 있고, 알코올·도박·게임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잦다”며 “성인은 약물치료와 함께 시간 관리 등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DHD는 약물치료에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이른 시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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