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美 물가 쇼크에 亞 증시 동반 하락..원·달러 환율 1400원 눈앞에

노자운 기자 2022. 9.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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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1거래일 중 이틀 빼고 '팔자'
8월 CPI 예상치 상회..연준, 이달 금리 1%p 올리나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우리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가며 코스피지수가 1% 넘게 하락 마감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는 미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한편 한국 주식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1390원을 돌파하며 13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 가운데,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이달 20~21일(현지 시각)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0bp(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단숨에 3.25~3.5%로 오르게 된다. 한국의 현행 기준금리(2.5%)보다 0.75~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스1

◇ 코스피·코스닥 나란히 1% 이상 하락…亞 증시 ‘검은 수요일’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8.12포인트(1.56%) 내린 2411.42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 2381.50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오전 9시 45분을 기점으로 완만하게 반등하기 시작했고, 이후 장 마감까지 2400대 초반에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은 동반 ‘팔자’에 나섰다. 유가증권시장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은 1641억원을, 국내 기관은 2393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기관 중 연기금이 1427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금융 투자 기관들이 303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중 단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시가총액 1위 종목 삼성전자다. 총 9248억원어치를 팔며 주가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3일 4.5%나 급등했으나 하루 만에 바로 하락세(-2.24%)로 돌아섰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388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삼성전자와 LG이노텍, NAVER, POSCO홀딩스 등을 대량 매수했다. 그 외에 카카오, LG전자, 두산에너빌리티가 개인 순매수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지수도 1% 넘게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86포인트(1.74%) 내린 782.93을 기록했다. 개장 직후 3%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나 코스피지수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 45분부터 낙폭을 줄여나갔다.

국내외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동반 순매도에 나섰다. 이날 하루 외국인은 54억원을, 국내 기관은 1758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흐름과 궤를 같이 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8% 급락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 하락 마감했다. 홍콩H지수(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주가지수)는 오후 3시(현지 시각) 기준으로 전날 대비 2.31% 떨어지고 있다.

◇ 9월 FOMC, 기준금리 100bp 인상 가능성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검은 수요일’을 가져다준 것은 지난밤 미국에서 날아온 소식이었다. 물가 지수가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그동안 제기돼온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의 가능성이 낮아졌다.

13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는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7월 상승률(8.5%)보다는 낮지만 시장 예상치(8.1%)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 상승률이 7월(5.9%)보다 높은 6.3%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였는데, 이는 7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0.3%)보다 두 배나 높다.

인플레이션 쇼크는 증시에 즉각 반영됐다. 연준이 당장 이번 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100bp 올릴 확률이 36%라고 본다. 이 확률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0%였다. 반대로 50bp(0.5%포인트) 인상 확률은 하루 만에 9%에서 0%가 됐다. 75bp(0.75%포인트) 인상 확률은 64%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채권 시장에서는 정책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3.5%대에서 3.7%대로 급등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3.3%대에서 3.4%대 중반까지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스티븐 블리츠 TS롬바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경제 연착륙이라는 동화(fairy tale)를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컬튼 피치레이팅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이번 달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게 만들 요인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밤 뉴욕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폭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76.37포인트(3.94%) 내린 3만1104.97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7.72포인트(4.32%) 내린 3932.69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32.84포인트(5.16%) 폭락한 1만1633.57로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한편, 연준의 매파적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는 공포는 미 달러화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 만에 1390원선을 돌파했다. 장중 한때 1395.3원을 기록했으며, 139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 달러화 가치의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우리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향후 주식을 팔아 달러화로 환산할 시 얻게 될 투자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은 원화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하기 전 주식을 매도해 달러화를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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