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나가니 고환율..'킹달러'에 울고 웃는 기업들

배윤경,최아영 2022. 9. 14. 16: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5개월여 만에 1390원을 돌파하면서 기업마다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사와 수입업체는 장기화 우려에 진땀을 흘리는 반면 국내여행사와 호텔 등 일부 기업은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 코로나 어떻게 견뎠는데…역대급 '킹달러'에 한숨 쉬는 기업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19.4원 오른 1393.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3원 오른 1390.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 위기가 있던 지난 2009년 3월31일 이후 13년5개월여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5.7원까지 치솟으면서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3월 31일(142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원/달러가 표시돼 있다. [한주형기자]
일각에서는 금융 위기 수준의 현 고환율 사태가 길어질 경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같은 산업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마다 기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고환율 사태가 기업 운영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여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으로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에 고사 직전까지 갔던 항공업계로서도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및 최근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폐지로 해외여행 수요 회복을 기대했지만, 고유가 영향에 이어 고환율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항공기 리스 부채 대부분이 외화인데다, 유류비 지급도 외화로 이뤄지는 만큼 환율 상승은 항공사에게 상당한 악재일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손실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지난 2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외화환산손실은 각각 2051억원, 2747억원이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적자는 줄인 반면 외화환산손익이 반영되는 당기순손실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낮았던 만큼 올 하반기 수백억원대 손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항공기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일단 관망 중이지만…"고환율 기조 3개월 넘으면 위험"

원자재와 완제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국내 기업들은 3개월을 기점으로 보고 있다. 업종·업계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3개월 동안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추후 계약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 되면 반드시 문제가 터질 것"이라며 "내수 비중이 높을수록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수입업체 관계자 역시 "계약 시 환율 변동에 의한 손실을 방지하고자 헷징을 통해 거래를 체결하는 만큼 단기간 내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강달러 사태가 길어지면 부담이 커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강달러 사태가 장기화 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고환율은 원자재 수입은 물론 해외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추후 제품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일 강원중소벤처기업청이 발표한 환율 급등에 따른 수출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가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책으로 수출단가 조정을 꼽았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달 초 면세구매 한도가 800달러로 상향 조정된 데 이어 특허수수료 감면 연장 기대로 한껏 고무적이던 면세업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면세업체별로 환율 보상 정책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고환율에 해외여행 추세가 주춤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환율 높으면 우리는 좋지" 표정관리 들어간 회사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는 회사로서는 고환율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이 대표적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환이익도 불어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장단점이 있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라며 "수출 물량이 늘지 않아도 매출과 이익이 추가 발생해 3분기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 대형 유통사가 주요 매출처인 신원, 영원무역, 한세실업 등은 달러 강세를 보여온 지난 2분기 실적 호조를 보였다. 신원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원무역과 한세실업 역시 각각 98.3%와 81% 뛰었다.

국내 호텔과 리조트로서도 고환율 수혜를 누리게 됐다. 엔데믹 기조에 해외여행이나 해외골프를 계획했던 사람들이 국내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만 사업장이 있는 호텔과 리조트로서는 반사이익이 가능할 것"이라며 "해외여행을 계획한 일부 여행객이 국내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