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 "기업 보유 기간 최소화할 것..대우조선 주인 빨리 찾아야"

조귀동 기자 2022. 9. 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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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전 "윤석열 대통령 공개 발언 사항" 못 박아
KDB생명 매각 추진..HMM은 "부처 간 협의 필요"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이 홀딩(보유)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매각 가능할 때 바로 매각하는 게 제 원칙”이라며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기업 지분을 오랫동안 보유했던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서 “산은이 대주주인 상황에서 연구개발(R&D),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없다”며 조만간 새 주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또 “방위산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고 나머지 부문을 해외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없다”며 통으로 국내 기업이나 사모펀드(PEF)에 매각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강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6월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아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간담회였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에서 산은이 대주주를 맡는 시스템은 효용성을 다했다”며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주체가 나오도록 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라며 매각 방침을 분명히 했다. “2008년 매각 추진 당시 6조7000억원이었던 기업 가치가 2019년 현대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할 때 1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며 “매각 가격을 더 받는 것보다 빠른 매각이 중요하다”고 강 회장은 덧붙였다. “매각 가능할 때 바로 매각하는 게 저의 원칙”이라고도 했다.

또 대우조선 분할 매각설과 관련해서 “방산을 떼어내고 나머지를 해외에 매각한다는 식의 설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선박 선수금이 들어오는 등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선박을 진수하기 위해 도크에 물을 채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KDB생명에 대해 강 회장은 “금리 상승으로 매각 여건이 좋아진 것으로 안다”며 “곧 매각 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사 HMM 지분 20.7% 매각에 대해서 “투자 목적을 달성할 경우 거래방식을 고려해 시장가격에 매각하도록 정관에 나와 있다”며 “다만 전체 해운 산업 정책 그림에 맞춰 정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HMM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재해서 “미국 경쟁당국의 판단이 올해 안으로 나올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은 미국의 판단을 준용해 따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서 강 회장은 “8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전 발언을 했고, 이어 9월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국회에서 확약한 사안이라고 밝혔다”며 부산 이전을 되돌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강 회장은 “산은 직원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지시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산은과 직원들의 이해(理解)에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KDB산업은행 직원들이 14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산업은행 1층 로비에서 부산 이전 등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강 회장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해양산업과 관련된 부문을 확대하고, 관련 인원과 자산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은행 이전에 앞서 조선업, 해운업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몰려 있는 산업에서 대출을 늘리고 그 명목으로 부산으로 직원들을 내려보내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강 회장은 “고도성장 시기에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제조업 기지 역할을 맡았는데, 제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이해 뒤처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부산·울산·경남도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경제 구조 고도화를 돕기 위해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강 회장은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3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첨단 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은이 가지고 있는 모든 IB(투자금융) 역량을 총동원해 민관 공동펀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신디케이트론 주선, M&A(인수합병) 자본 및 인수금융 주선, 회사채 인수, 지분 투자 등 금융 지원 방법도 다변화한다.

강 회장은 “산은뿐만 아니라 관련 대기업, 펀드, 금융회사 등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 관련 대기업, 금융투자업계가 3분의 1씩 갹출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강 회장은 “먼저 팹리스 반도체에 10조원,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10조원, 메모리 반도체에 10조원씩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펀드 조성 및 투자 계획을 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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