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 "대우조선 빠른 매각이 가장 중요"
반도체 산업에 5년간 30조원 지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방식이든 빠른 매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경제 부흥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면서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마무리된 대우조선 경영컨설팅 결과에 대해 “대우조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더 많은 연구·개발(R&D) 투자와 경영효율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라면서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체제에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속히 매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분할매각에 대해서는 “일부 부문의 해외 매각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빠른 매각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할매각은 안 되고 통매각은 된다는 식의 조건을 다는 것은 바른 접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을 서둘러 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상장사는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격을 준거로 (총매각액이) 결정되겠지만 가격 문제로 시간을 끄는 것보다 유연하게 빨리 매각하는 게 맞다”면서 “대우조선 가격이 2008년에는 6조7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무산된) 현대중공업 인수가는 1조5000억원대였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경영진이 하청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서는 “정당한 노조 활동과 파업은 권리이지만 경영진이 불법 행위로 발생한 피해의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라면서 소 취하를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 처리 문제와 산은 본점 이전을 위한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제1항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법 개정 전까지 직원들과 계속 대화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의 의미에 대해서는 “고도성장 시기 대한민국 성장의 첨병이었던 부울경은 수도권과 함께 새로운 4차 혁명 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면서 “산은이 이를 충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 한 곳이 이전한다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일부 동감하는 지적”이라면서도 “지역 대개조 프로젝트가 동행해야 하고 부산시에서 여러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은의 역할 재정립과 세계 경제 위기의식도 강조했다. 그는 “산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잠재성장률을 높여서 다가올 초저성장의 늪을 탈출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1%포인트를 책임지는 ‘경제 재도약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반도체 산업에 30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수십년간 한국 경제의 기반이었던 자유무역과 정경분리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고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퇴색했던 산업 정책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면서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킨 미국보다 10배 이상의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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