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촌동·인천 남촌동.. 수도권 13개동서 전셋값이 집값 추월

정순우 기자 2022. 9. 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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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세 본격화로 곳곳 '깡통전세 주의보'
전세가율 80% 넘으면 '깡통' 우려
서울 빌라, 25區 중 14區가 해당
수도권 55개동은 90% 웃돌아
전문가 "전세 보증보험 들어야"
14일 서울의 한 주택가에 빌라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장련성 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을 포함해 수도권 13개 동(洞)에선 최근 3개월 사이 거래된 빌라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년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집값 내림세가 가팔라졌지만,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덜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빌라 매매 가격이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커 전세가율이 과도하게 높은 지역에선 ‘깡통 전세’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값 하락에 치솟는 전세가율

국토교통부가 14일 공개한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경기 안산 상록구 사동(111.6%), 인천 남동구 남촌동(108.9%), 서울 강서구 등촌동(105%) 등 13곳의 빌라 전세가율이 100%를 넘었다.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지역은 수도권에서만 55곳에 달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행당동지점장은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전세가율이 90%가 넘는 지역의 빌라 세입자는 계약 만료 후 보증금 분쟁이 생기지 않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계약 전 반드시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보증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반전세나 월세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전세가율이 오르는 추세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최근 1년 치 거래를 집계한 전국 빌라 전세가율은 80.1%였는데 최근 3개월(6~8월) 전세가율은 83.1%로 3%포인트 올랐다. 수도권(80.8%→83.7%), 지방(74.8%→78.4%) 모두 최근 들어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도 25구(區) 중 절반이 넘는 14곳에서 전세가율이 80%를 웃돌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전세시장이 불안한 지역도 있지만, 집값 안정화의 영향으로 전세가율이 상승한 곳도 있다”며 “세입자들이 전세 물건을 살펴볼 때 참고하라는 취지로 (전세가율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는 신축 빌라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깔끔한 외관과 잘 갖춰진 옵션에 현혹되기 쉬운데, 이런 집이 오히려 전세 사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축 빌라는 거래 사례가 적어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을 악용한 분양 업자가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비싼 값에 전세 세입자를 들이고, 제3자에게 전셋값보다 싸게 빌라를 팔아버리는 식의 범죄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거래량 적어 신뢰성 떨어져” 지적도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전세가율에 대해 “실거래가에 기반해 작성한 통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의 빌라 전세가율이 104.5%로 전국 17시·도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52%)의 배(倍)에 달한다. 세종시는 아파트 위주로 도시가 개발돼 빌라 가구 수가 적고, 거래도 드물다. 실제 6~8월 세종시 빌라 거래는 매매 25건, 전세 22건에 불과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요즘처럼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는 특수 거래 몇 건에 의해 전체 통계가 좌우되면서 신뢰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전세 사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추려 해당 지자체에 통보할 예정이다. 전세 계약을 앞둔 임차인에게는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핵심 체크리스트’와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의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세입자 스스로 전세 매물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적정 시세와 계약할 때 유의 사항을 담은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내년 1월 출시할 예정이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이 보호되도록 임차인의 대항력 보강 등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세가율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 시세 1억원인 빌라 전셋값이 9000만원이면 전세가율은 90%다. 전문가들은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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