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수세 속 중국 끌어당기는 러시아, 거리두는 중국..정상회담 앞두고 온도차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2022. 9. 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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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7개월여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적극적으로 중국을 끌어당기려는 반면 중국은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양자 의제와 주요 역내·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두 정상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내에서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신뢰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할 것이라며 “현재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이번 회담은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균형 잡힌 접근을 한 데 대해 평가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고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문제가 주요 의제임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세가 역전될 조짐을 보이는 현재 중국의 지지와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 중국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긴장감이 고조된 대만해협 상황에 대해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하다. 두 정상이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 반미·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러시아가 기대하는 만큼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정상회담 일정조차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 발표할 소식이 없다”며 “정상 외교는 중·러 관계의 장기적 안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치적 보장”이라고만 답했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루는 양국의 온도차는 지난 7∼10일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도 노출됐다. 당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리는 러시아가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취한 모든 조치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리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나 관영매체를 통한 중국 측 발표문에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리 위원장의 발언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의 발언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외견상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NN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전에서 잇단 패배를 겪은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이런 상황이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입장에선 반미 전선을 약화시키고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는 러시아의 패배를 마냥 지켜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서방과의 관계 악화와 제재 등 자기 희생을 감수하며 러시아를 적극 지원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CNN은 그러면서 중국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과 목표를 희생하면서 얼마나 러시아를 지원할 의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일정한 거리를 두며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자 사설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충돌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한결같고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중국 국제관계 전문가인 리밍장은 “시 주석이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새로운 성명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시 주석은 그동안 했던 발언에서 후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중앙아시아의 순방의 첫 기착지인 카자흐스탄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하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반 이상 중단됐던 해외 정상외교를 재개했다. 시 주석은 이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 방안과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시 주석은 이어 15∼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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