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괴롭히는 '지옥의 러프'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오태식 2022. 9. 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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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클래식에서 러프 샷을 하고 있는 문정민. <사진 KLPGA 제공>

‘메이저 대회’ 중의 ‘메이저’로 통하는 US오픈은 흔히 ‘코스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워낙 코스 세팅을 어렵게 해서 선수들끼리 경쟁보다 어려운 코스를 극복하는 게 우승의 관건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러다 보니 오버파 우승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몇 년 전 선수들이 코스를 너무 어렵게 세팅한다며 대대적으로 항의를 한 적이 있다. 도를 지나친 코스 세팅이 변별력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없앤다는 주장이었다.

코스를 어렵게 하는 데 주로 이용되는 ‘지옥의 러프’는 과연 변별력을 없애는 것일까, 아니면 변별력을 주는 것일까?

최근 국내외 대회를 통틀어 ‘지옥의 코스’로 화제가 됐던 대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클래식이었다.

100mm가 넘는 러프를 조성해 많은 선수들이 지독한 코스와의 싸움을 벌였다. 러프가 워낙 깊어서 러프에 빠진 공은 빼내는 데 급급해야 했고, 심지어 공을 찾는 것조차 힘들어 했던 선수들이 많았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첫날 3명이 기권을 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는 그 두 배인 6명이 기권을 선택해 대회를 포기했다.

대회는 많은 화제와 기록을 남기며 끝났다. 7년 만에 오버파 우승자가 나왔고 컷오프 기준도 올해 최고인 9오버파나 됐다. 워낙 코스가 어렵다 보니 이변이 많이 연출됐다. 당시 상금랭킹 82위인 무명 홍지원의 우승도 이변이었지만 이예원, 지은희, 이가영, 송가은 등 그동안 견실한 성적을 내던 예상 외의 컷오프 희생자도 많았다.

러프는 분명 똑바로 치지 못하는 골퍼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함정의 하나다. 아무리 짧은 러프라도 그 곳에서 샷을 하면 스핀을 먹이기 힘들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아니한 것만큼 못하다는 한자성어 ‘과유불급’처럼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옥의 러프에서는 조그마한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남자골퍼들에 비해 힘이 약한 여자골퍼들의 경우 너무 과한 러프는 심각한 부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분명 있어야 할 공을 찾지 못할 때 상실감은 이루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주 15일부터 나흘 동안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이 열릴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파72)도 무시무시한 러프로 무장했다고 한다. 한화클래식 만큼 잔혹할 정도는 아니지만 개미허리 같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80㎜ 길이의 러프가 선수들을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코스에 발목까지 차는 러프가 예상외의 희생자를 양산할 수 있다. 그게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 나서는 메이저 퀸 전인지(28)가 될 수도 있고, 상금랭킹 선두를 달리는 ‘KLPGA 대세’ 박민지(24)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난도 높은 코스는 압도적인 타수 차이로 정상에 오를 진정한 챔피언을 가릴 수도 있다. [오태식 골프포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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