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리뷰] '인생은 아름다워', 흥·노래·웃음·눈물 다 있는 종합선물 세트

강민경 2022. 9. 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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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강민경 기자]

/사진=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어린 시절 연휴나 기념일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중 여러 과자가 한 박스에 담긴 종합선물 세트를 바랐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인생은 아름다워'는 딱 종합선물 세트다. 흥, 노래, 웃음, 눈물 등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기 때문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 역)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 역)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세연은 보호자의 동의해야 하는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버스에 올라탄다. 병원에 먼저 도착해 있는 남편 진봉은 세연에게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언제 오냐고 윽박만 지른다. 아뿔싸. 병원으로 가는 버스인 줄 알았건만 세연이 탄 버스는 병원으로 가지 않는단다. 다른 버스를 탔기 때문.

세연은 급하게 내린다. 세연이 내린 곳은 종로 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이었다. 이곳은 과거 진봉과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세연은 이문세의 '조조할인'에 맞춰 잠깐 과거를 여행한다. 이내 정신을 차린 세연은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 도착한 세연은 불러도 불러도 반응이 없는 진봉을 보고 의아해한다. 진봉이 반응이 없고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내 세연에게 폐암 말기 선고가 내려진 것.

/사진=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세연에게 남은 시간은 두 달 뿐이다. 목소리만 큰 남편의 아내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 사춘기의 아들과 딸의 엄마로 살아왔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세연은 남편, 아들, 딸의 생일을 축하하며 미역국과 케이크를 챙겨줬지만, 정작 자신의 생일에는 돌아오는 게 없다. 결국 전업주부인 세연은 파업을 선언한다. 생애 가장 하고 싶었던 일 10개를 적고 버킷 리스트 칸을 채운 뒤 하나하나를 실천한다. 선반 제일 위에 숨겨둔 추억의 박스를 꺼내 사진 한 장을 보고 결심한다.

세연은 진봉에게 사진 속 주인공인 자기 고등학교 첫사랑 정우(옹성우 역)를 찾아달라고 한다. 그렇게 세연은 진봉과 함께 정우를 찾아 목포, 청주, 부산, 해남 등 전국 일주에 나선다. 세연은 마지막 생일 선물이 될 수도 있는 첫사랑 정우를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은 아름다워'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유행했던 대중가요를 테마로 한 편의 영화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스크린에서는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솔로 예찬', '애수',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에코브릿지&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등이 흘러나온다.

MZ세대들은 접해보지 못했던 시절의 대중가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가수가 리메이크했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터. '인생은 아름다워'에 삽입된 노래들은 명곡이라 불린다. 명곡이라고 붙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도, 흥얼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크린 속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의 보이스에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사진=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를 비롯해 '인생은 아름다워'에 출연한 배우들은 노래를 직접 불렀다. 노래 가사 위에 나타나는 배우들의 표정은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류승룡과 염정아의 '알 수 없는 인생'은 보는 이들의 귀를 자극해 숨겨진 감정들을 살살 건드린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보면서 웃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화가 나기도 하고 어깨가 들썩이기도 한다.

'인생의 아름다워'의 장점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 모두가 있는 종합선물 세트다. 첫사랑의 설렘, 아픔과 학창 시절 친구와의 우정, 알고 보면 따뜻한 가족애 등을 느낄 수 있다. MZ세대에게는 새로움을, 1970년대 대중가요를 즐겨들었던 이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한다. 여기에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다행이다', '빨래' 등도 삽입됐다. 낯선 노래라 할지라도 이야기와 딱딱 떨어지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첫 부부 호흡을 맞춘 류승룡과 염정아는 우리 집에도, 옆집에도, 윗집에도, 아랫집에도 있을 법한 리얼한 부부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첫사랑 기억 조작할 수 있는 박세완과 옹성우의 비주얼도 눈을 즐겁게 한다. 박영규, 김혜옥, 염혜란, 호피폴라 하현상 등은 반가움을 더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모든 이의 감정을 건드리는 건 하현상이 부르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흘러나올 때다. '울어야 해!'라는 것보다 '너도 모르게 울게 될 거야'라는 말이 적절한 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종합선물 세트를 받은 것과 똑같다.

추신.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염정아가 부른 '세월이 가면'이 흘러나온다. 노래를 끝까지 들어보길 추천한다.

9월 28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12세 관람가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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