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두드림 끝에..중소기업 제값 받는 문화 첫걸음(종합)
인센티브 추가 마련해 참여기업 혜택 제공..상시 접수
335개사 참여..삼성전자 등 위탁 41개·수탁 294개
위탁 "안정적 자재 수급"·수탁 "걱정 없이 기술 개발"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수년 전부터 협력사가 원재료 가격 걱정 없이 좋은 부품을 공급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격 연동을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수탁기업 리스크를 줄여 상생 의미가 크고 위탁기업도 공급망 우려를 제거하고 안정적인 부품 수급이 가능합니다.”(이동욱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접했지만, 연동제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시범운영이 우리 경제 발전과 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문광식 다보정밀 대표)
지난 2008년부터 약 14년에 걸친 시도 끝에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사업이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원자잿값이 오르더라도 이를 제때,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 부담을 떠안아 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를 실시했지만, 신청 건수가 한 건도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몰락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국정과제로 내 걸었고, 대기업·중소기업·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TF’(태스크 포스) 회의를 수차례 걸친 끝에 총 335개 사가 함께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의 첫발을 뗐다.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은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활용해 연동 약정을 체결하고 연동 약정의 내용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면, 조정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14일 KT 우면연구센터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약식에서는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개시를 선언했다. 또, 중기부와 공정위,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위탁기업 30개사와 수탁기업을 대표해 협약을 체결할 기업 24개사가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에는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성실히 협의해 납품대금 연동 대상 및 연동에 필요한 사항을 약정하고, 약정한 바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기부와 공정위는 시범운영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위탁기업 시범운영 실적에 따라 행정적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협약 체결 당사자 모두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기업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중기부와 공정위는 위탁기업 시범운영 실적에 따라 △수탁·위탁거래 정기실태조사 면제 △장관 표창 수여 △동반성장지수·공정거래협약이행평가 반영 △정부포상 우대 △하도급법 벌점 경감 △하도급 모범업체 선정 시 가점 △의무 고발요청 심의 시 반영 △중소기업 정책자금 대출한도 확대 △스마트공장 선정 시 가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추가 인센티브도 마련해 연동 약정 체결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기부가 지난 2일까지 시범운영 참여기업을 모집한 결과 위탁기업 41개사 및 수탁기업 294개사 등 총 335개사가 신청했다. 중기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은 선정평가위원회 개최를 통해 위탁기업 41개사 모두를 최종 참여기업으로 선정했다. 중기부와 공정위는 납품대금 연동제 지원사업의 창구를 중기부로 일원화해 납품대금 연동제에 동참하고자 하는 위탁기업의 신청을 상시 접수하고 있다.
“연동계약 자율적 확산 첫 단추”…수탁·위탁기업 모두 ‘기대’
참석자들은 이번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사업이 중소기업들이 제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뿐 아니라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오늘은 중소기업의 14년간에 걸친 두드림에 답을 드리는 날”이라며 “중기부는 이번 시범운영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연동제가 현장에 안착되기 위한 방안을 계속해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연동계약의 자율적 확산은 우리나라 하도급거래 관계가 위험전가에서 위험분담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동계약이 지속 확산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인센티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납품대금 연동제가 여기서 멈추지 않도록 국회에서도 논의를 시작했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토대로 법제화의 길로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범운영 제1호 신청기업인 대상 주식회사 임정배 대표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협력사에도 도움을 주지만 위탁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납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전부터 해 오던 연동제를 적극 도입하고 중소협력사 상생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납품대금 연동제를 실시하는 다보정밀 문광식 대표는 “원재료비 폭등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고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라며 “우리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어 걱정 없이 좋은 부품을 공급하고, 더 좋은 부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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