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베팅한 대형주, 美 인플레 충격에 휘청.. "당분간 추세적 반등 어려워"
대형주도 급등 하루 만에 휘청
증권가 "당분간 변동성 장세 지속"
인플레이션 공포에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 고심이 깊어졌다. 개인이 주로 베팅해온 반도체, 인터넷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지수 움직임에 연동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치고 반등을 이어간다면 대형주에 유리한 것이 맞지만, 당분간 추세적 상승이 어려운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76.37포인트(3.94%) 떨어진 3만1104.9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77.72포인트(4.32%) 내린 3932.6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2.84포인트(5.16%) 하락한 1만1633.57에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2년 3개월 만에 일일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상승하며 기존 시장 예상치(8.0%)를 웃돌았다. CPI 발표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보다 강한 긴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지수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던 투자자들 기대감은 하루 만에 꺾여버렸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65.26포인트(2.74%) 오른 2449.5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일제히 상승했는데, 삼성SDI,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4% 넘게 급등했다.
최근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는 와중에도 개인의 대형주 베팅은 지속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13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개인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2조원 이상 사들였다. 네이버(2963억원), SK하이닉스(1510억원), 카카오(1104억원) 등 시총 상위주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지수가 강세를 이어갈 때는 테마주보다는 대형주로 수급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세장에서는 대형주에 베팅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증시가 기술적인 반등 외에 랠리를 나타낼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대형주에 선별적으로 접근하거나 아예 경기방어, 배당주 등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주식시장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며 “수급 개선이 나타나면 기존에 강세를 보인 테마주 흐름은 반대로 둔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테마주)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있고, 증시 내 수급도 분산되기 때문”이라며 “시총 상위주 중 수급 공백이 있고,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증권은 간밤 미국 증시 급락 이후 증시 단기 반등에 대한 전망을 철회했다.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만큼 기술적 반등 외에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8일 KB증권은 FOMC에서 보유 중인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직접 매각을 논의하기 전까지는 증시가 상승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방어주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경기 모멘텀 악화라는 이중고로 주식시장의 하락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투자 관점에서는 경기방어주, 배당주 비중을 늘리고, 설령 반등이 나타나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당장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로 불릴 만한 업종은 없고, 업종별로 돌아가며 주가가 급등하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주도주로 불리려면 적어도 3개월은 꾸준히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줘야 하는데, 올해 5월 이후 시장에서 두 달 연속 상승하는 업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도주라면 시장이 약할 때나 강할 때나 아웃퍼폼해야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에서 그럴 만한 업종이 없다”며 “주도주가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는 이익 모멘텀을 가진 종목보다 가격이 낮아진 소외주가 다음 순환매 주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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