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리얼 핸디캡은?
자신의 리얼 핸디캡을 아는 골퍼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골퍼들은 유독 스코어에 민감해 룰과 상관없이 스코어를 계산하기도 한다. 골프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룰을 지키며 자신의 핸디캡을 정확하게 알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두 가지 스코어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룰대로 플레이하면서 타수를 정확히 적는 ‘리얼 스코어’이고, 또 하나는 ‘캐디 스코어’다. 캐디 스코어는 말 그대로 골프장에서 캐디가 적어주는 스코어다. 첫 홀에는 ‘일파만파’로 기록하거나 홀과 거리가 좀 멀어도 컨시드 처리, 더블 또는 트리플 이상은 적지 않는 등 우리나라 캐디들은 상황에 따라 스코어를 조금 낮게 적어주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멀리건은 물론 볼을 치기 편한 자리로 옮기거나 라이를 개선하는 경우도 많으니 실제 자신의 샷을 다 더한 리얼 스코어보다 적게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골퍼는 캐디가 적은 스코어를 자신의 스코어로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 캐디 스코어는 리얼 스코어보다 최소 5타 적어
우리나라 골퍼들은 유독 스코어에 민감하다. 경쟁의식과 비교문화가 강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핸디캡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 많은 골퍼가 더블 보기나 보기 플레이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의 실제 평균 타수는 프로 골퍼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룰을 따르지 않더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몇 년 전 모 골프잡지에서 전국 22개 골프장의 캐디 9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확한 골프 룰 적용 시 아마추어의 평균 스코어는?’ 이란 질문에 ‘100타 이상 49.6%, 90대 타수 49.8%, 80대 타수 0.6%, 싱글 플레이어 0%’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의 절반 가까이가 소위 ‘백돌이’인 셈이다. 80대 타수도 엄격한 룰을 적용하면 1000명에 6명꼴이다. 캐디들은 골퍼들의 실제 타수는 스코어카드에 적힌 기 록보다 최소 5타 정도는 많다고 얘기한다.
● 해외 골프장 중에서는 공식 핸디캡이 필요한 곳도 있어
그렇다면 자신의 리얼 스코어와 핸디캡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월드 핸디캡 시스템(WHS)을 이용하면 된다. 월드 핸디캡 시스템은 2020년부터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전 세계에 존재하는 6개의 기존 핸디캡 시스템을 단일화한 것으로, GHIN(Golf Handicap & Information Network)을 통해 자신의 핸디캡을 계산할 수 있다. GHIN은 골퍼가 직접 스코어를 등록함으로써 공인 핸디캡을 산출 및 관리할 수 있고, 전 세계 어느 골프장에서나 본인의 핸디캡 확인 및 해당 골프 장의 코스 핸디캡으로 변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는 대한골프협회(KGA)를 통해 시행되고 있다. 월드 핸디캡 시스템에 입력할 공식 스코어를 받으려면 KGA가 공식적으로 코스 레이팅한 곳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그리고 라운드는 반드시 룰을 지키면서 진행해야 하며, 동반 골퍼의 스코어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혼자 진행한 라운드의 스코어는 인정되지 않는다.
KGA를 통해 자신의 정확한 핸디캡을 기록하는 골퍼도 점차 느는 추세다. KGA 안형국 차장은 “2020년과 2021년에는 월드 핸디캡 시스템에 등록한 골퍼의 수가 2000명대였지만 올해는 현재 5000명을 넘어섰다. 내년에는 GHIN의 한글 버전과 함께 사용자 친화적인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 더 많은 골퍼가 월드 핸디캡 시스템을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 핸디캡 시스템에 등록하는 목적은 대회 참가가 60%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해외여행 30%, 정확한 핸디캡 확인이 10% 정도다. 지난 5월 야구선수 출신 박찬호가 월드 핸디캡 시스템 덕분에 KPGA 정규대회인 군산CC 오픈에 참가하기도 했다. KPGA 규정에 따르면 코리안투어 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출전 선수 규모의 10% 이하로 프로 또는 아마추어를 추 천할 수 있는데, 아마추어는 국가대표 상비군 이상의 경력이거나 전국 규모 대회 5위 이내 입상, 공인 핸디캡 3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박찬호는 월드 핸디캡 시스템을 통해 공식 핸디캡 3을 적용받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또한 해외 골프장 중에는 공식 핸디캡이 있어야 플레이가 가능한 곳이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 지역의 골프장을 비롯해 세계 100대 코스 등 해외 명문 골프장에서는 핸디캡 제출을 요구하는 곳이 꽤 있다. 이처럼 공식 핸디캡을 보유하면 해외 골프장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핸디캡을 보여주고 해당하는 티잉 구역을 배정받아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골프 핸디캡은 실력의 우월과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한 조건에서 플레이하도록 규칙을 정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골프는 프로들조차 내 평균 타수의 +10타는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게임이다. 골프의 전설 샘 스니드는 “골프는 동반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파와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월드 핸디캡 시스템을 통한 공식 핸디캡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핸디 캡을 물어 보면 자신의 진짜 실력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리얼 스코어를 얘기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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