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쇼크'에 긴장하는 韓부동산시장.. "주담대 금리 7~8% 갈수도"
이달 FOMC 1.0%p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 1년새 53% 늘어
"경제 펀더멘털 고려해 대출금리 관리해야"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산산조각 나면서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이달 한번에 1.0%포인트(p) 올라간 후 종국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4.0%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이에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침체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의 ‘거래절벽’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고, 결국 시장 충격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출금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 ‘뚝’… 美정책금리, 금융위기 직전 4%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발(發) 물가쇼크의 파장으로 미국의 정책금리가 4% 안팎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4%대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인 2007년 11월(4.25%)이 마지막이다.
전날(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3%로, 시장의 예상치(8.0~8.1%)를 웃돌자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5.16%p, 다우지수는 3.94%p 폭락했다. 국내 증시는 오후 2시 현재 코스피, 코스닥 모두 1%대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에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미국의 CPI 발표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당장 일주일 뒤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넘어 ‘울트라 스텝’(1.0%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은 금리역전을 우려해 덩달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시작됐던 2008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5.25%까지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는 2007년초 7%를 넘어서 2008년 10월에는 7.58%까지 상승한 바 있다.
◇”거래절벽 지속… 정부, 대출금리 관리해야”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현재의 ‘거래절벽’을 한동안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 7월 640건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고기간이 보름정도 남은 8월의 경우 487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는 매물이 누적되고 있다.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매물은 14일 기준 6만368건으로 1년전(3만9405건) 대비 53.1% 늘었다.
대출금리가 뒤따라 올라 수요 위축으로 작용하고, 매수희망자 대부분이 관망에 들어가면서다. 2020년 8월 2.39%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월 4.16%까지 올랐다. 약 2년간 2%p 가까이 오른 것인데, 만약 주택담보대출이 내년초 전고점인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오른다면 수개월 만에 3%p 넘게 또 오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역전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유출, 환율 불안 등을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대출금리는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당장 정부는 은행별 예대마진 공개 조치를 통해 시중은행에 금리상승을 제한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 2년간의 급등기를 고려하더라도 최근과 같은 급격한 하락 대신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17%가 떨어지며 18주째 하락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서게 되면 하우스푸어가 속출했던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면서 “우량대출인 주택담보대출 외에 자영업자 대출 등이 타격을 입으면 경제 전반의 펀더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경제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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