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만나는 SCO 정상회의..'반미 진영' 핵심 부상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사마르칸트 정상회담이 반드시 풍성한 성과를 거둘 것이다. 더 긴밀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고, 지역의 평화·안정·발전·반영을 촉진하기 위해 더 큰 공헌을 할 것으로 믿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우즈베키스탄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SCO 운명공동체 구축을 언급했다.
시 주석이 32개월 만의 국제 외교무대 복귀의 공간이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무대로 SCO 정상회의를 택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출범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 정회원국으로 구성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세계 인구의 4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한다. 여기에 더해 중동의 최대 반미국가인 이란이 정회원국 가입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회원국 모두 개발도상국인데다,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비슷한 역사적 경험과 공동의 발전 수요가 있고 우리의 운명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SC0 회원국 간 동질성을 부각한다.
인도가 참여하고 있어 '반미 플랫폼'으로 규정하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SCO 정상회의를 해외 정상외교 복귀 무대로 택한 시 주석의 의중은 분명해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자유민주 진영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 중심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총동원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동안 나토, 오커스, 쿼드 등에 대해 자국을 포위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소그룹'이라고 비판하며 '유엔 중심의 진정한 다자주의'를 강조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시 주석은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 '이념' 대신 '발전'을 강조하고, 자국의 안보가 타국의 안보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안보 불가분' 원칙에 입각한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를 내세울 전망이다. 정상회의 첫날인 15일 만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맞선 전략적 협력 강화를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은 지난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 사항에서 서로를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가 전했다.
리 상무위원장은 바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하원) 의장과 만난 자리에선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우리는 러시아의 우려들과 러시아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으로선 서방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대신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중심으로 한 양국 간 정상적 교역을 강화키로 하는 등의 방식으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전쟁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러시아를 '준(準)동맹'으로 붙들어 두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서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 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축으로 한 중국의 영향권 안에 확고히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시 주석의 이번 순방 핵심 어젠다로 풀이된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 강화는 자연스럽게 북·중·러 공조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과 맞물린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시진핑-푸틴 회담에서는 최근 핵무기 사용 원칙 등을 법제화하며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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