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드래곤' 판타지 막장으로의 초대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2. 9. 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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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하우스 오브 드래곤', 사진제공=HBO, 웨이브

거대한 용이 내뿜는 불꽃으로 수백개의 칼을 녹여 만든 철 왕좌. 웨스테로스 대륙의 일곱 왕국이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기 200년 전, 용의 등에 올라타 광염을 내뿜으며 철 왕좌를 차지했던 위대한 가문이 있었다. 유일하게 용을 부리며 무기로 쓰는 특별한 혈통의 타르가르옌 가문. 왕좌를 둘러싼 이들 가문의 살벌한 집안싸움이 벌어졌다. 판타지 명작으로 불리는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전사(前史)를 다룬 HBO의 새 시리즈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 전 세계인들의 안방 1열에 안착했다.

지난 8월 1회를 공개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공개 당일에만 미국에서 1000만 구독자를 불러모았다. 해당 회차의 누적 조회수는 벌써 3000만이 넘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HBO의 새 역사. 역대급 구독자 수"라고 입을 모았다. 회당 2000만 달러, 총 제작비 2억 달러, 한화로 2700억 원이라는 돈이 투입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흔히 쓰는 '역대급'이라는 수식에 가장 걸맞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제목 그대로 용의 가문이라 불리는 타르가르옌 일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타르가르옌은 '왕좌의 게임'의 최고 인기 캐릭터로 국내에선 '용 엄마'란 애칭을 가졌던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에밀리아 클라크)의 조상이다. 은발머리에 매혹적인 외모를 지닌 혈통. 작품은 비세리스 1세(패디 콘시다인)의 후계 다툼을 그린다. 후계를 두고 갈등을 벌이는 인물은 총 세 명. 비세리스 1세 딸인 공주 라에니라(밀리 앨콕)와 비세리스 1세의 동생인 다에몬(맷 스미스), 그리고 새 왕비와의 사이에서 뒤늦게 태어난 아들 아에몬. 비세리스 1세가 공식적으로 정한 후계자는 라에니라다. 

'왕좌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하우스 오브 드래곤'도 남존여비 시대상이 상당히 짙게 그려진다. 원래라면 장녀이자 적통인 라에니라의 왕위 계승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그 처지가 상당히 위태롭다. 그 사이 친구였던 새 왕비에게서 새로운 적통 왕자까지 태어나고, 아니나 다를까 둘을 둘러싼 신하들의 분파가 시작됐다. 왕의 동생인 다에몬도 막강한 차기왕 후보다. 허나 타고난 성정이 워낙 잔인하고 포악하다. 아에몬이 태어나기 전 신하들은 다에몬을 후계자로 밀었지만, 동생의 난폭한 기질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비세리스 1세는 라에니라를 후계자로 지목하며 신하들의 성화를 막아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 사진제공=HBO, 웨이브

이러한 줄거리를 갈래로 섹스와 죽음, 배신을 버무린 이 작품은 자극적이지만 동시에 중독적이다. 마치 막장 드라마의 그것처럼 쉬지 않고 연속되는 극단적 사건들이 주는 자극에 금세 매료된다. 근친상간, 난교, 살인이 난무하는 희대의 막장 드라마라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장치들이 단순한 자극을 넘어 캐릭터로 옮겨올 때 연민과 공포, 쾌락과 같은 감정들로 연결된다.

'왕좌의 게임' 때보다도 불어난 제작비 역시 거대한 스케일의 중세풍 판타지를 더욱 화려하게 구현해낸다. 위용 넘치는 드래곤의 등을 타고 비행하는 라에니라의 모습은 묘한 해방감을 줌과 동시에 판타지를 함께 항해하도록 몰입시킨다. '해리포터'가 빗자루를 타고 날으는 어린이 판타지였다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스케일을 키운 뿔달린 용으로 어른 판타지를 옮겨낸다. 

더군다나 프리퀄이라고 해서 '왕좌의 게임'을 보지 않았더라도 스토리 몰입엔 전혀 무리가 없다. 되레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다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먼저 시청하는 게 세계관 이해를 빠르게 돕는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 상당한 자극에 놀랄 수는 있다. 누군가와 함께 보기에는 빈번하게 울려펴지는 신음 소리가 다소 민망하다.

삶의 커다란 교훈이나 윤리적인 전망을 남기는 작품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지만, 엔터테인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왕좌를 노리는 고귀한 혈통들의 비릿한 싸움은 어느 캐릭터에 애정을 뒀는지에 따라 시청자의 열렬한 응원으로 이어진다. 본래 막장극은 근친상간, 자살 등의 자극적 소재가 집합됐던 희곡 '오이디푸스 왕'이 사랑받았던 때부터 그 힘을 발휘해왔다. 스케일을 키운 막장극,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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