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4 Daily Euro Basket] 그리스, 독일에 충격패 .. 스페인, 준결승 진출
결선 첫 관문에 이어 준준결승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개최국인 독일의 저력이 지난 2020 올림픽부터 만만치 않았으나,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인 그리스까지 꺾는 기염을 토해냈다. 16강에서 세르비아가 이탈리아가 덜미에 잡힌 것 못지않은 나오고 말았다. 독일은 안방에서 그리스를 돌려 세우며 덕 노비츠키가 팀을 이끌었던 시기 이후 처음으로 준결승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스페인은 핀란드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11회 연속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전력은 전과 같지 않으나 어김없이 유럽 최강다운 면모를 뽐냈다.
# 결선 대진
독일 vs 스페인
슬로베니아 vs 폴란드 / 프랑스 vs 이탈리아
스페인 100-90 핀란드
스페인이 가까스로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스페인
윌리 에르난고메스 27점 5리바운드
후안 에르난고메스 15점 4리바운드 3점슛 2개
로렌조 브라운 10점 4리바운드 11어시스트
1쿼터만 하더라도 30-19로 뒤진 스페인은 불안한 출발을 했다. 2쿼터에도 점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3쿼터를 압도하면서 분위기를 잡은 스페인은 여세를 몰아 이날 경기를 접수했다. 스페인은 후반에만 57점을 몰아치는 매서운 집중력을 자랑했다. 1쿼터에 많은 점수를 내주면서 끌려 다녔지만, 후반을 압도하면서 핀란드를 따돌렸다.
윌리 에르난고메스(뉴올리언스)가 단연 돋보였다. 에르난고메스는 이날 팀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리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스페인이 분위기를 끌어올린 3쿼터에 호쾌한 덩크를 포함해 10점을 책임지며 선봉에 섰다. 후반 시작과 함께 로렌조 브라운의 연이은 패스를 내리 덩크로 연결하면서 스페인이 점수 차를 5점 차로 좁혔다. 여기에 브라운의 득점까지 더해지면서 스페인이 추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에르난고메스는 3쿼터 첫 4분 이내에 내리 8점을 몰아쳤고, 그의 3쿼터에서 나온 세 번째 덩크로 스페인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이어 3점슛까지 골망을 가르기 시작했다. 호엘 파라, 후안 에르난고메스(토론토), 루디 페르난데스(레알 마드리드)의 3점슛도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스페인이 앞서기 시작했고, 핀란드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4쿼터 중반에는 우스만 가루바(휴스턴)의 3점슛으로 따라오는 핀란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4쿼터 5분 여를 남겨두고 핀란드가 82-80으로 따라붙었으나, 브라운의 레이업으로 다시 한 숨 돌린 스페인은 다리오 브리수엘라와 페르난데스의 3점슛으로 이날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스페인은 4쿼터에만 3점슛 네 개를 몰아쳤으며, 후반에만 무려 7개의 3점슛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11회 연속 준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2쿼터 중반 한 때만 하더라도 스페인이 이날 최대 15점 차로 뒤져 있었다. 이날 경기력을 고려하면 따라붙기 쉽지 않았다. 예전의 스페인이라면 이를 허용하지 않았겠으나, 현재의 스페인은 이전과 다르다. 그러나 스페인은 후반 들어 맹공을 퍼부으며 핀란드에게 그간 스페인이 어떤 팀이었는 지 확실하게 알렸다. 윌리 에르난고메스가 안쪽을 확실하게 휘어잡았고, 브라운의 드리블 돌파는 핀란드의 수비를 흔들기 시작하면서 경기 흐름이 완전하게 바뀌었다. 여기에 스페인의 3점슛이 불을 뿜으면서 오히려 경기를 뒤집은 것은 물론 달아나면서 이날 경기를 매조졌다.
스페인이 아무리 전과 같지 않았지만, 두터운 선수층을 유지하는 것은 자명했다. 이미 탈락한 메달 후보(세르비아, 그리스)에 비해 돋보이진 않으나 여느 국가에 비해 가용 인원이 폭넓은 점은 여전했다. 즉, 기존 전력 중에서도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온다면 언제든 투입이 가능한 것이 스페인의 장점이다. 스페인은 이날 벤치 득점에서 53-26으로 크게 압도했다. 주전으로 출장하지 않았음에도 여러 선수가 고루 코트를 밟았다. 페르난데스와 후안 에르난고메스 외에도 다리오 브리수엘라(유니카), 알베르토 디아스(유니카)가 3점슛을 고루 곁들였다. 이들 넷은 3점슛 9개를 합작하며 벤치 득점을 책임졌다.
이번 준결승 진출로 스페인은 역사상 처음으로 11회 연속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 기간 동안 스페인은 지난 2005년을 제외하고 모두 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2007년부터 6회 연속 입상에 성공했으며, 이번 대회에도 순위에 들 경우 7회 연속 시상대에 서게 된다. 가솔 형제의 은퇴로 인해 전력이 현격하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페인이나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약하지 않은 면모를 보이며, 이날 경기에서 보였던 것처럼 매서운 뒷심까지 갖추고 있다. 이미 반대편에서 세르비아와 그리스가 탈락한 만큼, 이만하면 메달 전망을 밝히기 충분하다.
핀란드
라우리 마카넨 28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3점슛 2개
미카엘 얀투넨 18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3점슛 2개
알렉산데르 마드센 13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핀란드가 뒷심 부족에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초반 공격이 호조에 이른 핀란드는 1쿼터에만 30점을 몰아치며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2쿼터에도 22점을 올리며 리드를 유지하면서 역사상 첫 준결승 진출에 다가설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핀란드는 후반 들어 공격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스페인의 공세를 막지 못하면서 한계를 보였다. 3쿼터에 30점을 내주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4쿼터에도 꾸준히 2~4점 차로 따라 붙으면서 고비를 넘고자 했으나 끝내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스페인에서는 라우리 마카넨(유타)이 이날 3점슛 두 개를 포함해 가장 많은 28점을 올렸다. 여기에 두 자릿수 리바운드까지 더하며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그러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마카넨은 4쿼터 6분 19초가 남은 가운데 쿼터 첫 득점을 올렸다. 이후 득점은 경기 종료 직전에 자유투로 올리는 등 좀처럼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대부분의 주포들이 공격 난조에 시달리곤 하나 마카넨은 공격 시도가 적었다. 이날 그는 4쿼터에 단 4점을 더하는데 그쳤다.
마카넨 외에도 핀란드에서는 세 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후반 들어 스페인에 비해 다소 주춤했고, 이는 곧 패배로 직결되고 말았다. 경기 초반에 15점이나 앞서 있었던 핀란드였으나 끝내 점수 차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벤치 대결에서 크게 밀렸으며, 스페인의 세컨유닛들이 3점슛을 대거 적중하는 사이 핀란드는 별다른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상대 실책을 기반으로 하는 득점에서 핀란드가 12점을 올린 반면 핀란드의 실책은 스페인에 33점으로 연결되며 큰 차이를 보였다.
핀란드는 지난 1967년에 자국에서 6위에 오른 이후 유로바스켓 준준결승에 처음 진출했다. 당시에는 두 조로 나뉘어 각 조 1위가 금메달 결정전, 각 조 2위가 동메달 결정전 등을 시작으로 순위 결정에 나섰기에 지금과 대회가 달랐다. 즉, 조별 경기 후 토너먼트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준준결승에 오른 핀란드는 내친 김에 준결승까지 넘보나 했으나 끝내 스페인을 꺾지 못했다. 마카넨을 중심으로 다수의 빅리거가 힘을 냈지만, 유럽의 강호를 따돌리긴 쉽지 않았다.
독일 107-96 그리스
독일이 그리스를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독일
데니스 슈뢰더 26점 3리바운드 8어시스트 3점슛 3개
프란츠 바그너 19점 4리바운드 3점슛 5개
대니얼 타이스 13점 16리바운드
독일이 그리스까지 꺾었다. 독일은 이날 활약한 데니스 슈뢰더를 포함해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나갔다. 슈뢰더가 어김없이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활로를 모색한 가운데 프란츠 바그너(올랜도), 안드레아스 오브스트, 대니얼 타이스(인디애나)가 공격에서 크게 기여했다. 바그너와 오브스트는 이날 무려 3점슛 5개씩 총 10개를 곁들이면서 엄청난 슛감을 자랑했으며, 타이스는 골밑에서 16리바운드를 따내면서 분전했다. 높이에서 뒤질 것으로 여겨졌던 독일이었으나 아데토쿤보에 많은 점수를 내주는 대신 다른 선수를 잘 막으면서 이날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독일은 이날 3점슛이 불을 뿜었다. 이날 17개의 3점슛이 득점으로 연결됐으며, 성공률은 55%에 근접했을 정도로 대단했다(.548).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그너의 출장 가능 여부는 다소 불투명했다. 지난 결선 첫 경기에서 다친 것이 확인이 됐기 때문.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였으나 경기 당일에 출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바그너는 안방에서 열리는 중요한 경기인 만큼 출장을 강행했으며, 오히려 언제 그랬냐는 듯이 3점슛만 7개를 시도해 이중 5개를 집어넣는 기염을 토해냈다. 주전으로 나선 바그너와 오브스트는 이날 3점슛 10개를 집어넣는 데 필요했던 시도 횟수는 단 14번에 불과했다.
독일이 이번에 준결승에 오르면서 덕 노비츠키가 팀을 이끌던 시기 이후 처음으로 유로바스켓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노비츠키 은퇴 이후 좀처럼 국제 무대와 인연이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됐다. 그러나 슈뢰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독일은 여러 NBA 선수를 배출했고, 어는 덧 유럽 강호들의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 노비츠키 시대 이후 이토록 빠른 재건이 이뤄질 지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독일은 유로바스켓에서 입상 경험이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는 1993년 이후 첫 결승 진출이었으며,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결승에서 파우 가솔이 이끄는 스페인과 마주했으나 노비츠키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독일은 끝내 스페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참고로 오는 준결승에서도 독일은 스페인과 만나며, 이번에는 가솔과 노비츠키가 없는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 대회 높은 곳에서 마주하게 됐다.
참고로, 독일은 지난 1993년에 처음으로 유로바스켓 입상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대회를 개최했으며, 독일은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처음으로 독일에서 열린 국제 대회였던 만큼, 많은 이목이 몰린 가운데 MVP를 차지한 크리스 웰프를 앞세운 독일이 유로바스켓 첫 정상에 섰다. 이어 2005년에 은메달을 따낸 이후 좀처럼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독일은 이번에 다시금 입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남은 경기에서 한 경기만 이긴다면 메달을 따내게 된다.
그리스
야니스 아데토쿤보 31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
야놀리스 라렌차키스 18점 4리바운드 3점슛 4개
타일러 돌시 13점 4리바운드 3점슛 2개
그리스가 이번에도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기존에도 결코 빠지지 않는 전력이긴 하나 우승 도전에 다소 모자랐던 그리스는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를 필두로 아데토쿤보 가문을 총출동시키면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지난 2015년부터 3회 연속 준준결승에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는 반대편 대진에서 세르비아가 탈락했고, 스페인과 프랑스가 이전과 같지 않은 전력인 점을 고려하면 그리스가 충분히 메달 획득을 노릴 만했다. 그러나 정작 그리스도 이변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안방에서 독일의 3점슛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스는 이날도 아데토쿤보가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날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 어김없이 그리스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았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를 곁들이며 트리플더블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비록 이날 5개의 실책을 범하긴 했으나 이날 그가 선보인 활약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오히려 아데토쿤보가 있어 독일에 맞설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대회 5경기에 나서 경기당 28.3분을 소화하며 29.3점(.593 .200 .785) 8.8리바운드 4.7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데토쿤보가 공을 잡았을 때, 그리스의 공격이 전반적으로 순탄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아데토쿤보라는 독보적인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다른 선수들이 좀 더 편하게 공격에 임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이날 3점슛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아데토쿤보 외에 뚜렷한 공격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닉 칼레테스와 코스타스 슬로우카스의 부진도 다소 아쉬웠다. 크게 흔들렸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날 슛 성공률이 다소 저조했다.
즉, 다음 대회에서 아데토쿤보를 도울 조력자를 찾지 못한다면 그리스가 아데토쿤보가 있을 때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아데토쿤보가 나섰던 지난 2019 농구 월드컵에서도 11위에 그쳤던 그리스는 대진운이 아쉬웠을 수는 있으나 준준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르비아의 이탈로 결코 부족하지 않은 대권 주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패배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사진_ NBA Mediacentral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considerate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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