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물타기할 돈도 없다"..美증시 폭락에 서학개미 비명
"미국 주식 들고 가는 게 맞는지 점점 의문이 들어요. 지금 시점에서 정리하기도 애매하네요."
지난 밤 미국 뉴욕증시가 2년 만에 하루 최대폭 하락을 기록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해외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미국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는 만큼 최근 수익률이 곤두박칠 쳤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외화주식 보관금액 상위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이 차지했다.
해외주식 보관금액 1위 종목인 테슬라(154억2548억원)는 좀처럼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천슬라' 회복 기대감에 더해 지난달 25일 3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하며 주가 부양에 나섰으나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액면분할 후 전날(13일) 12거래일이 지났으나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전날에는 뉴욕증시 급락과 함께 4.04% 하락 마감했다.
특히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에 이달 들어 4%대 강세를 보였던 나스닥 지수가 단 하루 만에 5% 넘게 빠지자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미국채 금리 급등 부담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대 급락했고, 엔비디아(-9.47%), 마이크론(-7.46%), AMD(-8.99%) 주요 반도체 관련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해외주식 보관금액 상위권에 미국 기술주가 대거 포진해있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테슬라 다음으로 보관금액이 높은 종목은 애플, 알파벳, TQQQ,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등 순이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애플(-5.87%), 알파벳(-5.9%), 아마존(-7.06%), 메타(-9.37%) 등 주요 빅테크주들은 동반 약세를 보이며 나스닥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레버리지 ETF를 담은 서학개미들은 한동안 불면의 밤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해외주식에서 최근 한 달 동안(8월14~9월13일)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3배 레버리지 ETF인 TQQQ인데, 증시 급락과 함께 오히려 3배 손실을 입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가 1% 상승하면 3% 수익률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수가 1%만 하락해도 손실은 더 크다. TQQQ는 나스닥100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나스닥100지수가 1% 상승하면 3% 이익을 얻고, 반대로 1% 하락하면 3% 손실을 입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전날 TQQQ 주가는 16%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도 순매수 결제액 기준 2위 종목이지만 전날 -18.20% 폭락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안에는 물가 안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위험자산의 투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근원 물가가 하락하기 위해서는 근원 물가지수 내에서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해 영향력이 막대한 주거비(임대료)가 안정되거나, 그 외 서비스 부문 가격 전반에 녹아드는 임금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그 효과가 가격으로 충분히 전달돼야 한다"며 "통상 임대료는 주택 가격에 1년 가량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 상승세는 연말까지 지속된 후 내년부터 서서히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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