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 앞에 더 위험한 서민 안전 누가 지켜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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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기 직전인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은 한 식당에 모여 정부를 성토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말을 듣고 구룡마을을 돌아보니 한 달 전 집중호우 때 무너진 도로가 그대로였고 포트홀도 곳곳에 보였다.
구룡마을의 한 주민은 "사람이 죽어야만 나설 거냐"며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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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기 직전인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은 한 식당에 모여 정부를 성토하고 있었다. 지난 8월 집중호우 때 도로 한쪽이 무너져 내렸는데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제대로 수습을 하지 않은 탓에 주민 한 명이 구덩이에 빠져 갈비뼈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말을 듣고 구룡마을을 돌아보니 한 달 전 집중호우 때 무너진 도로가 그대로였고 포트홀도 곳곳에 보였다. 물에 젖어 쓸 수 없이 방치된 쓰레기도 한 달 동안 치워지지 않은 채였다. 구룡마을의 한 주민은 “사람이 죽어야만 나설 거냐”며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같은 날 돌아본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빌라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골목골목에는 침수된 반지하 주택에서 나온 잡동사니가 한 달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었다. 역대급이라는 태풍이 목전까지 다가왔지만, 신림동 반지하 주민들을 위한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동네에 살 곳을 구하지 못한 반지하 거주민들은 비가 오는 와중에 세간살이를 골목길로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연재해가 들이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도 있었다. 태풍으로 정부가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는 사이, 일부 배달 대행업체는 라이더들에게 출근을 독촉했다. 태풍이나 폭우 상황에서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라이더들이지만, 이들을 지켜주는 건 고용노동부의 강제성 없는 ‘배달플랫폼 종사자 안전관리 당부’ 공문이 전부였다.
구룡마을과 신림동 반지하 주민들, 그리고 배달라이더까지. 재난은 서민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이들이 큰 피해를 입은 재난 현장의 공통점은 ‘예방’은 없고 ‘사후처리’만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 취약계층이 큰 피해를 입고 나서야 정부와 지자체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다. 그나마 내놓는 것들은 2025년, 2027년처럼 도무지 언제 시행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중장기 대책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기후위기로 재난이 잦아지고 규모도 강력해질 텐데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태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난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다. 비가 올 때는 지붕 아래서 비바람을 피하고, 바람이 거셀 때는 무리하게 일을 나가지 않고 안전을 챙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너무 단순하고 간단한 바람인데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이걸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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