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ADHD 치료에 효과적이다?
[매경골프포위민 황채현 기자]
꾸준한 골프는 신체뿐만 아니라 멘털까지 건강하게 만든다. 또 사회성과 심리적 발달에 탁월한 효과를 미치기도 한다.
골프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사회적·심리적 발달에 큰 도움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가 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도 높아졌다. 문을 잠근다는 의미의 ‘자폐’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해당 증상을 가진 이들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이나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또한 이러한 한계에 부딪히지만 변호사로서 다양한 계기를 통해 성장한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성장기가 최근 골프계에도 그려졌다. 지난 7월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승민의 이야기다. 이승민 또한 프로로 데뷔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까지 장애로 인한 한계가 분명 존재했지만 드 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처럼 직접 부딪히며 이겨내 성장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골프가 이승민의 정신적 지주 역할 뿐만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증상 완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골프의 에티켓과 매너 정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주요 키로 작용했다. 이승민의 어머니 박지애 씨는 지난달 그의 우승 인터뷰를 통해 장애 등급이 2급에서 3급으로 완화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박 씨는 이에 대해 “대회를 치르면서 다른 선수들과 스코어를 맞춰가며 이에 맞는 경기 매너를 배워나간 것이 의사소통 능력에 도움을 주면서 많이 좋아졌다. 이승민과 중고교 시절 인연이 있던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예절, 매너, 어휘 선택 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놀란다”며 골프가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골프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교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이승민의 사례뿐만 아니라 선행 연구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된 바 있다. 2015년 대구대 특수교육학과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골프 레슨 프로그램에 참가 한 3명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관찰한 결과 골프 레슨 활동을 통해 장애 아동의 심리적 불안이나 강 박에 따른 상동 행동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 스윙이 일정한 동작과 각 클럽에 맞는 동작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똑같은 움직임을 되풀이하는 상동 행동과 유사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골프를 배우면서 얻는 일정한 반복 학습이 상동 행동을 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골프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게 사회적· 심리적 개선 효과를 충분히 전달하는 스포츠인 만큼 국내 사회복지기관에선 자폐 혹은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골프교실을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윤재영 교수는 “골프가 다른 스포츠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스포츠인 것도 자폐 혹은 지적장애인이 골프를 많이 배우는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공이 자신에게 왔을 때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능력이 나타나는데, 골프는 다른 구기 종목과 다르게 공이 수 동성을, 사람이 능동성을 띠는 스포츠다. 이에 운동반응성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자폐 스펙트럼 혹은 지적장애인에게 골프는 탁월한 스포츠”라고 설 명했다.
ADHD 치료 및 우울감 해소에도 기여
정확한 공의 임팩트를 위해 일관성 있는 스윙 동작을 반복하는 것, 무의식적으로 하는 오동작을 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것은 꽤 큰 집중력 을 요구한다. 이에 골프는 아동의 성장기 주의집중력 향상을 위한 교육으로서 활용되기도 하고 주의가 산만한 ADHD 아동 및 성인을 위한 교정 활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중앙대 체육학과 설정덕 교수는 “주의집중의 정도에 따라 운동 효과도 정비례하게 나타난다.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주의집중력 도 향상되는데, 그러다 산만한 정도가 줄어들면서 내재된 자신을 마주할 줄 알게 된다. 이것이 골프가 심리적으로 교정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골프가 자존감 향상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골프 참여자들의 골프에 대한 참여욕구가 클수록 정서조절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내면적 의지가 정서지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 설 교수는 “골프는 여러 반복 동작을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운동이다. 꾸준한 노력이 필수인 스포츠이기에 점진적인 실력 향상이 됐을 때 성취감도 크다. 이 또한 하나의 자아실현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성취 욕구를 끌어올려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 전했다.
이승민 프로 INTERVLEW
7월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리조트(파72)에서 열린 US 어댑티브 오픈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이승민은 자폐성 발달장애를 극복한 우승 스토리로 국내 골프팬의 마음을 울렸다. 그의 이야기를 미니 인터뷰로 알아봤다.
● US 어댑티브 오픈 이후 ‘필드의 우영우’라는 대표 수식어가 생겼다. 소감이 궁금하다. 워낙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드라마라서 ‘필드의 우영우’라는 수식어가 생긴 것에 흥미롭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대본을 쓴 작가가 자폐인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많이 했음을 느꼈다. 어머니도 드라마 속 우영우 캐릭터의 행 동을 보며 ‘우리 승민이도 예전에 저런 행동을 했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 우영우는 평소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을 묵묵히 도와주는 동료 최수연을 봄날의 햇살로 표현했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윤슬기 캐디도 그런 존재일까. 윤슬기 캐디는 빈틈이 없어 엄격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많이 의지하는 존재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셰퍼드’를 닮았다고 생각하곤 했다. 셰퍼드의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우며 책임 감이 강한 면모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골프를 시작했던 초반, 한계에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점이 있었나? 일단 골프는 정적인 부분이 있는 운동이다 보니 다른 사람이 샷을 할 때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등의 매너가 필요한데, 자폐성 장애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혼잣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을 훈련을 통해 조절해 나가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백 번의 반복 학습과 지적을 거치며 교정해 나갔다.
● 멘털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했나. 순간순간 집중을 하다가도, 예를 들어 코스에서 특정 물체를 보면 계속 그 물체만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슬기 캐디님이 옆에서 집중하라고 이야기를 한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것도 코스에서 꾸준히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유다.
● 같은 꿈을 바라보는 발달장애 골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발달 장애인에게 골프는 너무 어려운 길인 것이 사실이다. 발달장애인 골퍼 후배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 ‘Never Give Up’이라는 믿음을 갖고 하나하나 성장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도전했으면 좋겠다.
● 올해 남은 일정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지. US 어댑티브 오픈 우승 이후 언론 인터뷰와 각종 행사가 많아졌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우승 이전처럼 선수로서 일상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경기를 대비 하는 준비 과정이다. 큰 변화 없이 예전 과 똑같이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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