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동원? 전술 핵무기 사용?..수세 몰린 푸틴의 반격 카드는

김민수 기자 2022. 9. 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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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역서 총동원령 내릴 수 있지만 국민 반발 가능성 커
'에너지' 인질로 버틸 수 있어..핵무기 사용은 곧 자멸하는 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022.09.13/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우크라이나군의 최근 반격으로 러시아군이 '군사적 후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에게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존재하지만, 여러 난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군 재정비 후 반격 가능성…전문가 "여력 있을까" 부정적

푸틴이 현재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저지하면서 동시에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다.

그러나 서방의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상자나 피해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았으며, 러시아군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폴란드 정보분석업체 로찬 컨설팅의 콘라트 무지카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북부에서 전력을 소모해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의용부대(Volunteer battalions)의 힘이 약해지고 있으며, 모병 캠페인으로 기대했던 인력 보충을 못 하고 있다"며 "모병 인원이 더 적어질 것으로 예상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선 동원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신병의 입대 상한 나이를 폐지하고, 신체적으로 부적합하거나 수감자까지도 모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군 병력을 기존보다 13만7000명 증원된 115만628명으로 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재정비의 목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군 인사를 개편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미미한 성과로 민족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비평가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 인사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징집병들이 지난 6월17일 러시아 옴스크에서 주둔지로 출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2022.06.17/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푸틴, '200만' 예비군까지 동원할 수 있을까…"러 남성들 반발할 것"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이 '총동원령'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을까.

지난 5년 동안 러시아 예비군은 약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아직 전국적인 동원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동원령은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러시아 중심부에 거주하는 남성들은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표현했다. 즉 애초부터 러시아 전역에서 동원령을 내리는 등 전시 총력 체제를 전제로 두고 침공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 정부가 전역에 동원령을 내리게 된다면 러시아 국민은 일상적인 삶이 침해받는다고 느끼게 될 것이며, 푸틴은 정치적 압박과 더불어 국민의 지지도 잃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총동원령은 러시아의 전쟁 명분을 퇴색시킨다. 러시아가 현재 표방하는 전쟁의 정당성은, 우크라이나의 '나치' 정권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총동원령을 내린다면 결국 같은 슬라브계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완전한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와 밀접한 싱크탱크 기관 '러시아 국제 업무협의회'(RIAC)의 안드레이 코토노프 대표도 러시아 정부가 총 동원령을 꺼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도시에서는 많은 사람이 싸우고 싶어하지 않으며, 동원령은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나는 현재 '제한된 작전'을 유지하는 것이 푸틴에게도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니 브렌튼 전 주러시아 영국 대사는 러시아가 만약 동원령을 내리더라도 러시아의 전투력에 영향을 미치려면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 독일 지사가 수도 베를린에 위치해있다. 2014.03.17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에너지' 무기 삼아 겨울까지 버티기…우크라 식량 수출도 '인질' 될 수 있어

푸틴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반격 카드는 바로 '에너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올겨울 유럽이 '에너지 대란'이 닥칠 것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의 4분의 1을 공급했던 자포리자 원전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전력 공급의 제한으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같이 전쟁의 참화를 직격으로 맞은 지역이 당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길이라는 카드도 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나 곡물 수출 합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전망이다.

만약 푸틴이 현재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다면 오는 11월 만료될 곡물 수출 협정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전 세계의 비난을 견뎌내야 한다. 러시아는 앞서 침공 시작 후 흑해 연안을 봉쇄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평화 협상 가능성은?…사실상 불가능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매듭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카드는 당장 푸틴은 물론이고 젤렌스키도 쉽게 집어들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까지도 수복할 것을 표명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통칭 돈바스)지역을 러시아로 편입한 채로 협상하길 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현재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부 일부 지역에 대해서도 물러날 수 없다. 특히 헤르손의 경우 크름반도 바로 북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이를 포기할 수 없다.

지난 2월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2022.02.19/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우크라戰 최악의 시나리오 '핵무기'

세계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은 러시아의 전술핵 무기 사용일 것이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쟁이 세계로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러시아의 핵 독트린에 따르면 만약 러시아를 상대로 핵무기가 사용되거나, 재래식 무기로 인해 엄청난 위협에 직면하게 될 때 핵무기 사용이 허가된다.

전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 브렌튼은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사면초가로 몰릴 때 핵무기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는 푸틴이 핵무기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없다며 "푸틴이나 그의 측근들이 자멸의 길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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