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지친 40대 남성, 조기 은퇴하고 월급만큼 돈 벌려면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9
유치원생을 키우는 40대 맞벌이 가정입니다. 저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 생활에 지쳤습니다. 부부 수입은 세후 월 1080만원에, 자산은 서울 아파트 3채(마포구 1, 노원구 2)입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다주택자가 됐습니다. 2013년 결혼 당시 전세난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출(2억)을 끼고 집(3억)을 샀고 출산 후에는 육아 문제로 부모님 주거지 근처로 이사하려고 아파트를 매수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고민 자체가 감사한 일이겠지요. 다만 은퇴 후 경제적 자유를 누리려면 현금 흐름이 필요한데, 부동산을 정리해 목돈을 만들어 월 500만~600만원씩 나오게 하고 싶습니다. 아파트를 몽땅 팔고 다가구 주택을 지은 다음, 건물 관리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40대 아빠)
조기 은퇴를 하려면 여윳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까요? 10억이면 될까요? 아니, 못해도 50억은 있어야 할까요? 사실 은퇴 가능 목표액은 평소 생활비와 투자 수익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성락 SR연구소장님의 ‘낙원 공식’이 알기 쉬운 것 같아요. 최 소장님은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50대에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한 조기 은퇴자)이 됐는데,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한 금액을 ‘연봉x정년까지 남은 기간’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연봉이 1억원이고 정년까지 10년 남았다면 금융자산 1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번에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팀에 상담 신청을 하신 분은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맞벌이 부부입니다. 직장 생활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네요. 퇴직 후 부동산 처분 자금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내돈부탁해] 자문단은 어떤 처방을 내려줄까요?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한국에서 상위 1%에 속하는 부유층인데 무엇을 걱정하시나요? 순자산만 30억원 전후에 달하는데요. 작년 기준 상위 1% 자산 커트라인은 29억2000만원이었어요. 당장 회사를 관둬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은퇴 전에 계획을 잘 짜두고 성실히 실행에 옮긴다면 원만한 은퇴가 가능합니다. 물론 화폐 가치가 앞으로 꾸준히 떨어질 수 있고, 아직 일곱살인 자녀의 교육비 지출이 클 것이라는 점은 유념해야 합니다.
노원구 아파트를 팔고 대출 갚고 양도소득세까지 내고 나면, 현금 10억원 정도를 손에 쥐게 됩니다. 아무리 돈값이 싸졌다고 해도 현금 10억은 한국에서 여전히 큰 돈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현금 10억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39만3000명에 불과합니다.
은퇴자들에게 권하는 운용 전략은 ‘4분법 투자’입니다. 한국 주식(코덱스200TR ETF)과 미국 국채(타이거미국채10년선물ETF), 미국 리츠(REITs, 티커명 VNQ), 금(킨덱스KRX금현물)에 25%씩 분산해서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고수익이 기대되는 다른 공격적인 투자법도 있지만, 은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추천하지 않습니다.<4분법(四分法) 투자는 홍춘욱 박사가 곧 출간할 책 ‘투자에도 순서가 있다’에 잘 나와 있습니다.>
‘4분법 투자’는 주식, 채권, 부동산과 금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기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부각되는 시기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달러와 금은 블랙스완처럼 한국 경제에 갑자기 큰 충격이 발생해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렇다면 4분법 투자의 과거 성과는 어땠을까요?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성과는 9%에 달합니다. 최악의 시기에도 손실은 -4%에 그쳤어요. 예비 은퇴자나 혹은 은퇴자들에겐 최선의 투자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물가가 연평균 3%씩 올랐습니다. 그러니 지금 6000만원으로 예상하는 생활비는 매년 3%씩 커질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4분법 투자를 하고 있으면 걱정 없습니다. 리밸런싱 원칙만 잘 지켜서 운용하면, 85세쯤엔 순자산 30억원을 거의 까먹지 않고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해야 합니다. 리밸런싱이란, 4개 자산의 비중을 25%로 다시 맞춰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급등한 자산의 차익을 실현해 저평가된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것인데, 연 1회 기계적인 리밸런싱이야말로 안정적인 자산 운용에 가장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변상미 미래에셋증권 명일동WM 지점장
보유 자산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매달 500만~600만원의 현금 흐름이 나오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싶어하시는군요. 그러려면 세전 7200만~8400만원은 필요합니다. 현금 10억원으로 이 정도 현금을 만들려면, 연 7~8%의 수익률은 나와야 하죠.
은퇴 자금을 장단기로 나누고,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분산 투자해 운용하면 좋겠습니다. 우선 자녀 교육비, 부모님 의료비 등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 언제든 빼서 쓸 수 있는 현금 자산이 필요합니다. 전체 자산의 15% 정도는 발행어음CMA(기대수익 3%)와 단기채권(기대수익 4%)을 활용해 운용하세요. 긴급 자금이나 생활비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예기치 못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도 은퇴 생활의 발목을 잡지 않습니다.
중기 자산으로는 월 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기대수익 8%)을 제안합니다. 조기 상환 가능성은 있지만,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는다면 안정적인 월 배당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 대비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해 보입니다.<<a href="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2/04/06/CPXPFCKGXFHU5J3RHDZJCKJ7KA/" target="_blank">월 지급식 ELS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마지막으로 장기 자산에는 전체의 50%를 배분하세요. 구체적으로는 금융지주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기대수익 4.5%), 국내외 대표주(기대수익 13%), 글로벌 리츠(기대수익 10%)로 나누면 좋겠습니다. 신종자본증권에서 3개월마다 나오는 이자를 기본으로 깔고, 국내외 대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플러스알파 성과를 노리는 전략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른 리밸런싱 작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절세 계좌(연금, ISA)와 부부 명의 분산을 활용해서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률은 높아지는 효과가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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