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맹비난한 대북 제재..'자립 경제'로 이겨내자는 북한

박광연 기자 2022. 9. 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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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정권수립 74주년(9ㆍ9절)을 맞이해 지난 8일 평양 만수대기슭에서 경축행사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며 미국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자 북한 당국이 “자립 경제”로 제재를 이겨내자며 주민들 독려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1면에 게재한 ‘역사와 현실은 우리당 자립경제건설노선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확증한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외부적 압력이 극대화되면 될수록 그것을 이겨내는 우리의 신념과 의지는 그보다 더 강해진다”며 “제국주의자들이 ‘제재’를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만능’의 수단으로 여기며 우리를 어째보려고 기승을 부리지만 우리는 자립의 길로 끝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기존의 자력갱생식 자립경제 체제를 발전시키자고 주민들에게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사상최악의 제재봉쇄” “가장 야만적이며 횡포한 제재압살책동”이라며 미국의 대북 제재에 계속 맞서겠다고 공언하자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이를 뒷받침한 모습이다.

신문은 “경제적자립이 없이 정치적독자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자립경제가 체제 유지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저들의 자본을 투자하여 해당 나라의 경제명맥을 틀어쥐고 정치적발언권을 세우지 못하게 하며 민심을 조종하여 나중에는 국가지도부의 교체도 서슴없이 감행하는 것이 제국주의자들”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이 제재를 활용해 북한 정권 붕괴를 추진하고 있다는 김 위원장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신문은 또 “지금 미제는 우리를 자립의 길에서 한사코 되돌려세우려고 갖은 획책을 다하고있다”며 “미국과 서방의 수법이 제정신이 없이 허둥대는 사람들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자주를 목숨처럼 여기는 우리 인민에게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핵을 대부(대가)로 개선된 가시적인 경제생활환경을 추구하지 않을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거래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그러면서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당은 자력갱생의 원칙에서 경제건설을 강력하게 추진시켜나갈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앞서 “이제 만약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 대결이 격화되고 남북 관계 경색이 풀리지 않아 변화 가능성이 희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고립의 길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자립 경제를 강조하는 이면엔 제재로 인해 내부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문은 지난 10년의 상황을 “이 나날 우리가 겪은 고난은 말그대로 공화국이 창건된 후 최악 중의 최악인 전대미문의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제재에 맞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과정을 놓고 “사랑하는 우리 인민들과 아이들이 허리띠를 더 조이고 배를 더 곯아야 하였고 귀중한 우리의 모든 가정들에 엄청난 생활난이 초래되지 않으면 안되였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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