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순진하게 굴지 않아"..獨, 中의존도 낮출 새 무역정책 추진

獨경제장관 "中보호무역주의 시장왜곡..갈취당할수 없어"
"유럽에 대한 中투자 면밀한 검토 등 새 무역정책 추진"
"거래중단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인권비판도 자제 안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더이상 순진하게 굴지 않겠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환영받는 무역 파트너지만, 중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의 통상 관행을 비판하며 “우리는 갈취당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베크 장관은 그동안 중국과의 교역 중단을 우려해 피해왔던 인권침해 비판도 더이상 자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베크 장관은 또 독일 정부가 중국의 원자재, 배터리,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인프라 등 유럽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포함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으로는 더욱 까다롭게 안보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방침이다.

하베크 장관은 중국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이 독일 함부르크 항구에서 컨테이너 운영사의 지분 매입을 시도하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하며 “유럽이 더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지지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독일에게 있어 중국은 지난 6년간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2450억유로(약 340조 5000억원)를 넘어섰다. 하베크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의 독일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매우 강경하게 돌아선 것이다.

이는 중도우파 정부가 물러나고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선 영향이다. 현 정부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에 크게 의존했던 에너지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지 않고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는 것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하베크 장관은 앞으로 독일은 대중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부문에서 새로운 무역 파트너 및 지역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당장은 중국과의 무역을 끊는 게 불가능하다. (수출과 관련해) 심각한 판매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은 (독일에게) 순진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