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월드컵 엔트리?..벤투 감독, 이번에도 변화보다 '하던대로'
(MHN스포츠 금윤호 기자) 오는 23일(금) 코스타리카전과 27일(화) 카메룬전에 나설 26명의 소집명단이 지난 13일 발표됐다. 이번 명단을 들여다보면 이목을 끄는 선수들도 몇 보이나, 전체적으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여전한 고집이 여실히 드러난다.
벤투 감독은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9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을 살펴보면 1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이강인(RCD마요르카)와 생애 처음 발탁된 양현준(강원FC)가 가장 눈에 띈다.
이강인은 최근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서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유럽축구 최강팀 중 하나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 도움을 기록하고 이전에 비해 높아진 수비 가담과 활동량 등 확실히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K리그 2년차 양현준은 이번 시즌 8골 4도움으로 활약 중이다. 양현준은 지난 7월 토트넘 홋스퍼와의 친선전에 K리그 올스타로 뽑혀 출전했다. 당시 양현준은 주눅 들지 않고 평소대로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며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에 이어 많은 해외 축구 관계자들의 칭찬과 함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K리그1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이 이어져 생애 첫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강인과 양현준을 제외하면 이전에 벤투 감독이 친선전 혹은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을 꾸리던 명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EAFF E-1(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선발됐으나, 부상으로 제외됐던 손준호(산둥 타이샨)이 재합류하게 됐고,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생애 첫 대표팀에 승선한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이 또 한번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안게 되긴 했으나 대단한 변화라 하기엔 부족하다.
이번에 발표된 골키퍼부터 공격진까지 모두 이전에도 대표팀 명단에서 보던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보면 벤투 감독은 9월 A매치 2연전에서도 해오던 대로 비슷한 라인업을 들고 나와 빌드업을 통한 경기 진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축구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이 두달 밖에 남지 않아 이제는 실험과 변화가 아닌 벤투 감독이 가장 쉽게 설명하고 선수들도 이해할 수 있는 전술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와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번 명단 발표에 처음으로 발생한 의견 대립이 아니라 이전에도 명단이 발표되고 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나온 말들이다. 벤투 감독의 황태자 중 하나로 꼽히는 송민규(전북 현대)가 이번에 빠졌으나, 송민규가 빠진 자리에 양현준이 들어가 큰 변화가 아닌 한 자리를 교체한 것에 지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K리그1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인 윤종규, 나상호(이상 FC서울)은 동아시안컵 명단에 이어 이번에도 대표팀에 승선했다. 군 복무를 위해 김천 상무에 입단한 후 이전처럼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권창훈도 굳건히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K리그1 득점 선두(15골)를 달리고 있는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는 이번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이승우(수원FC)도 대표팀에 재승선하지 못했다. 이승우는 경기력을 통해 시위하는 듯, 명단이 발표된 13일 당일 김천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 꾸준히 K리그1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진호(포항 스틸러스)와 김대원(강원FC)도 끝끝내 벤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이번 명단을 보면 벤투 감독은 월드컵에도 비슷한 선수단을 꾸려 대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만 팬들과 전문가들이 '플랜B'를 요구하는 이유는 모두 같다. 월드컵에서는 친선전에서 만나는 팀들보다 강하고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한 선수들을 맞닥뜨려야 한다. 이에 유연한 전술 변화로 강팀을 상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유형의 선수들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목소리이며, 이를 통해 대표팀도 한 단계 성장하고 강한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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