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라면, 유통기한 없는 우유..여러분은 견딜 수 있습니까?

유선희 2022. 9. 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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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장애인 차별 해소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유독 식품업계에서는 주요 제품에 제품명·유통기한 등의 정보가 점자로 표시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가 자주 섭취하는 음료·컵라면·우유 등을 대상으로 점자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표시율이 37.7%에 그쳤고, 표시된 제품도 가독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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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14개 식품업체 321개 제품 조사
점자 표시율 37.7%..시각장애인 차별 심각
캔 표시율 90%였지만 페트병 13.7% 불과
제품명 대신 종류 표시..가독성 낮아 불편
유통기한은 0%..법적 의무 아니라 표시율↓
점자 표시율이 높은 캔 음료의 경우에도 제품명 대신 ‘음료’나 ‘탄산’으로 표기해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사회적으로 장애인 차별 해소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유독 식품업계에서는 주요 제품에 제품명·유통기한 등의 정보가 점자로 표시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가 자주 섭취하는 음료·컵라면·우유 등을 대상으로 점자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표시율이 37.7%에 그쳤고, 표시된 제품도 가독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지난 2월11~4월18일 국내 14개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321개 식품의 점자 표시 여부를 살폈다. 이 가운데 9개 업체의 121개 제품(37.7%)에만 점자 표시가 돼 있었다. 식품 점자 표시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조사 대상 사업자 및 제품 종류별로 점자 표시율 차이가 컸다. 음료 조사 대상 7개 업체 중에선 롯데칠성이 생산하는 제품의 점자 표시율이 64.5%로 가장 높았고, 컵라면 조사 대상 4개 업체 중에는 오뚜기가 63.2%로 제일 높았다.

제품 종류별로 보면, 음료는 191개 제품 중 49.2%(94개), 캔은 89개 중 80개(89.9%)에 점자가 표시돼 있었으나 페트병은 102개 중 14개(13.7%)에 그치는 등 용기 재질에 따른 차이가 컸다. 컵라면은 90개 제품 중 26개(28.9%), 우유는 40개 제품 중 1개(서울우유·3000㎖)에만 점자 표시가 돼 있었다.

페트병의 경우, 캔보다 재질상 점자 표시가 어려워 표시율이 13.7%에 그쳤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소비자원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협조를 받아 모집한 40~70대 시각장애인 소비자 20명을 통해 점자 표시 가독성 평가도 진행했다. 3점 척도 기준으로 상·중·하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는데, 점자 표시가 있는 121개 제품 가운데 음료(94개) 80개(85.1%)는 ‘음료’ 또는 ‘탄산’으로 표시했고, 14개(14.9%)만 제품명을 표시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컵라면 26개 제품은 모두 제품명을 축약해 표시했고, 우유 제품은 업체명(서울우유)을 표시하는 등 제품 종류별로 차이가 컸다.

특히 식품 유통기한은 조사대상 모든 제품에서 표시하고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구매 후 보관 과정에서 변질된 식품을 섭취할 위험이 일반인에 견줘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자가 표시된 78개(음료 51개·컵라면 26개·우유 1개) 제품의 가독성을 조사한 결과, 92.3%(72개)가 ‘중’ 미만(2점 미만)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페트병 음료는 점자의 촉감이 약하고 점 간격이 넓어 가독성이 1.04점으로 가장 낮았다. 캔 음료는 캔 테두리와 점자의 위치가 가까워 가독성이 낮았고, 컵라면은 용기에 부착된 비닐 포장이나 점자 표시방향(세로)이 불편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우유가 가독성이 2.95점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높았다.

음료·라면·우유 중 1개 이상의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시각장애인 192명을 대상으로 식품 구매 시 선호 경로를 설문조사 할 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식품 구매를 선호하는 응답자가 61.5%(118명)로 다수였다. 식품에 표시되길 희망하는 점자 내용으로는 음료와 컵라면에 제품명을 표시해달라는 응답이 각각 80.7%(155명)와 84.9%(163명)로 가장 많았고, 우유는 유통기한이라는 응답이 88.0%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의 식품에 대한 정보접근성과 편의성 향상을 위해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식품 점자 표시 활성화·가독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며 “식품 점자 표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자원 에스엔에스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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