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구청장 번호 알아?" 성동구민은 다 안다, 이 남자의 전화

박찬수 2022. 9. 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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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의 직선]박찬수의 직선 ㅣ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지방선거 유일하게 '서울 3선' 성공
'생활밀착 행정'으로 높은 주민 지지
모든 구민에 구청장 휴대폰번호 공개
민원 문자에 회의 거친 뒤 답변 보내
일로써 '능력 있다' 믿음 국민에 줘야
그냥 듣는 게 아닌 '대안 있는 대화'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5일 서울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에겐 항상 ’생활밀착 행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 구청장은 57.6%라는 높은 득표율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다. 성동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 득표율이 60.9%였던 걸 고려하면, 줄투표 분위기 속에서도 정 구청장이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은 건지 알 수 있다. 이건 ‘정원오표 생활 정치’에 대한 구민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 주민 민원을 직접 받고, 버스정류장에 첨단 스마트쉼터를 설치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와 여성의 돌봄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조례를 만든 것 등은 그런 사례로 꼽힌다.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5일 서울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정원오 구청장을 만났다. 그의 생활 정치는 어떻게 성공했는지, 이것이 지금 민주당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박찬수 대기자

― 지방선거 이후에 정원오 구청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생활밀착 정치’로 성동구민의 지지를 받은 게,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과 오버랩되는 측면이 큰 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어떤 정책과 행동이 구민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까?

“선거 유세나 운동 기간에 만나면 주민들이 하시는 말씀들 있잖아요. 그리고 평상시에 주민들께서 저에게 평가해 주는 말씀들 그런 것 대부분이 행정에 대한 만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관심을 갖고 해결한다, 이런 행정은 처음이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주민들이 볼 때는 뭔가 좀 새로운 유형의 구청장으로 인식이 됐나 봐요. 불편한 거 얘기하면 하려고 노력하고, 개인의 아주 작은 얘기인데도 그거에 관심 가져주고 신경 써주고, 그냥 지나가는 얘기를 했는데 피드백이 오고, 이런 부분에 대한 만족과 공감이라고 저는 봅니다. 정치에선 거대 담론, 예를 들면 세금 문제라든지 성평등이라든가 이런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내 생활의 문제를 어떻게 관심 갖고 해결하느냐, 또 그런 능력이 있느냐 이런 것에 대한 평가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생활밀착 행정이란 나한테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 그리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그런 평가로 나타나겠죠.”

― 대학 때는 학생운동을 하셨는데, 학생운동엔 민주화나 통일과 같은 거대 담론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구청장으로서 생활 정치를 가장 앞에 두시는데, 정치에서 거대 담론과 생활 담론은 어떤 관계라고 보십니까?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합니까?

“말 그대로 조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자면, 학생운동 때의 슬로건이나 목표는 약간은 좀 공허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그게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걸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구호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물론 분명 변화는 있었겠지만 주민들의 생활, 국민 삶의 만족도란 측면에선 약간은 괴리된 것들이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의명분이 옳다고 모든 결과가 다 옳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그 점에서 생활밀착 행정은 그런 것(거대 담론)을 보완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거대 담론만 얘기해선 주민들로부터 ‘좋은 말이긴 한데, 그게 내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냐’라는 타박을 들을 수 있죠. 그래도 생활밀착 행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는 거대 담론이 역할을 하죠. 그렇게 둘은 상호 보완적인 거 같아요.”

―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60대 이상에 진짜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얘기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공을 들이면 6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공을 들여야 한다는 건 민주당의 태도와 자세를 얘기한 거지, 꼭 지지율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민주당을 외면하는 하나의 이유는, 진보 진영은 노인들을 무시한다는 고정 관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봐요. 여기엔 우리 책임이 크죠, ‘노인들은 투표 안해도 된다’라는 발언 같은 게 그런 고정 관념에 일조한 거니까요.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우리가 해야할 건 존중이지 정책이 아니거든요. 노인정책 몇 개 내놓아봐야 효과가 없는 거죠. 이건 젊은층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고 봐요. 공을 들여서 노력하고 진심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존중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고 정책만 보이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저는 우리 구에서 60대를 만나면 민주화에 기여하신 세대라는 점을, 70대는 산업화와 가난을 극복한 세대, 80대는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세대라는 점을 늘 강조합니다. 이게 마음 속에 있는 얘기이다 보니까, 작은 정책을 내놓아도 그 분들의 마음이 먼저 열리면서 정책을 받아들이시는 거 같아요. 어르신들이 이룬 업적을 인정하자, 그러면 마음이 열리시거든요. 그게 선거에서 제가 60대 이상에서도 표를 더 많이 얻은 이유일 겁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직접 민원을 받아 답을 보내왔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구청장 휴대폰 번호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직접 민원을 비롯한 의견을 받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나온 겁니까? 모든 문자에 직접 답을 하시나요 아니면 비서들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까?

“첫 구청장 선거였던 2014년 지방선거 때 썼던 휴대폰 번호로 그 뒤로도 간혹 질문이나 민원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답을 해줬죠. 그런 게 죽 쌓여오다가 2018년 재선 선거운동 기간이 되니까 그 번호로 민원이 또 엄청 들어오는 거에요. 그래서 아예 이 번호를 소통 창구로 활용하자는 생각을 했지요. 2018년 지방선거 끝나고 이 번호로 민원을 주시라고 아예 모든 구민에게 공개를 했습니다. 구청 홈페이지나 아파트 게시판에도 올렸고요.

처음엔 제가 답변도 직접 문자로 썼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기가 되니까 하루에 몇백건씩 들어오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문자 목록과 내용을 비서실에서 출력해서 저한테 주면, 제가 거기에다 답을 다 달아요. 그렇게 답을 달면 그걸 비서들이 컴퓨터로 다시 보냅니다. 내용은 제가 직접 쓰는 거죠.

요즘은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이걸 벤치마킹해서 비슷하게 하고 있지만, 효과는 각각 다릅니다. 구청장이 직접 답을 다는 것과, 공무원들이 답을 다는 건 큰 차이가 납니다. 왜냐하면 주민 민원이란 게 거의 다 여러 부서에 걸쳐있는 복합 민원이거든요. 이걸 담당 부서 하나에 나눠주고 답을 달라고 하면, 그 부서 입장에서 써서 그냥 보냅니다. 그러면 해결이 어렵죠. 저는 제가 직접 답을 다니까, 각 부서에 몇시에 모여 토론해보자 해서 그렇게 토론을 한 뒤에 정리해서 답변을 보내드리죠. 저한테 오는 문자 가운데는 경찰이나 교육청, 소방서 관련 민원도 적지 않아요. 주민 입장에선 이게 구청 업무인지 아니면 경찰이나 교육청 업무인지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러니 저한테 다 보내는 거죠. 몇몇 행정기관은 자기 소관이 아니면 ‘경찰로 문의하라’는 식으로 넘길 때가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경찰이나 교육청과 협의해서 그 내용을 주민에게 알려드리고, 혹시라도 처리가 안되면 다시 저희한테 연락을 달라고 답변합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이 아, 이게 경찰 업무였구나 하면서도 만족을 하시는 겁니다.”

― 추석 같은 명절이나 휴가 때는 어떻게 합니까? 너무 힘들지 않습니까?

“명절에는 민원도 많이 줄어듭니다. 다들 명절인 걸 아시니까, 아주 급한 거 아니면 민원도 잘 안하십니다. 그런데 휴가나 출장 때는, 제가 휴가 또는 출장인 걸 모르시니까, 그럴 때는 좀 힘들긴 하죠. 그래도 급하니까 문자 주신 걸 테니까, 최대한 빨리 답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자 또는 민원은 어떤 게 있습니까?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휴대폰 번호를 모두에게 공개한 뒤 얼마 안됐을 때입니다. 공개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게, 어느 구민이 저한테 문자를 보내신 겁니다. 왕십리도선동의 차량이 많이 다니는 이면도로에 작은 구멍이 났다고, 이거 싱크홀 아니냐고 그 앞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사진을 찍어 보내셨어요. 제가 바로 구청 직원을 보냈죠. 가서 보니까, 작은 구멍 밑으로 차바퀴가 빠질 정도로 큰 싱크홀이 있더라고요. 이게 좀더 커졌으면 차가 빠지면서 큰 사고가 났을텐데, 문자 보내신 분에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그 뒤론 제 휴대폰 번호를 좀더 홍보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또하나는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였어요. 피시알(PCR) 검사 받으러 선별진료소에 2~3시간씩 줄을 서야할 때가 많았어요. 어떤 주민이 저한테 문자를 보내셨더라고요. 은행처럼 번호표라도 뽑아주지 이렇게 몇시간씩 줄을 세워놓으면 어떡하냐는 거였어요. 그 문자를 받고 회의를 했죠.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으면 어떨까, 그런데 번호표로는 현장에서 기다려야 하니까 안되죠. 그러면 이걸 선별진료소 홈페이지에 연동해서, 카페나 집에 머물다가 휴대폰으로 자기 차례를 보고서 진료소에 가면 되지 않을까, 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4~5일 걸렸어요. 개발해서 적용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그걸 오세훈 시장님이 보시고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하자’고 해서 그때부터 모든 구청으로 확대가 됐죠.”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5일 구청장실의 대형 스마트화면 앞에서 구정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버스정류장에 스마트쉼터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띕니다. 냉난방에 와이파이, 공기정화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쉼터는 지금 몇 개나 설치돼 있고 예산은 얼마나 듭니까? 잠시 머무는 버스정류장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인다고 반대하는 여론은 없었습니까?

“스마트쉼터 설치하는 데 큰 것은 1억원, 작은 것은 5천만원 정도 듭니다. 지금 성동구에 47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처음에 버스정류장 한 곳에 시범 설치를 했는데,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좀 있었죠. 그런데 차량 1대 댈 수 있는 주차장 한면을 만드는 데 적게는 2억, 많게는 3억5천만원 듭니다. 자가용을 위해 그만큼 돈을 쓰니 하루에 수십~수백명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에 이 정도 예산을 투입하는 일도 충분히 가치있는 게 아니냐고 말씀드리니까 다들 그건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이 사업은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겁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고, 대중교통 이용량을 늘려 교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순환 투자입니다.”

―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염태영 당시 수원시장이 최고위원에 출마해 당선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에서 유일한 3선인 정원오 구청장에게도 최고위원 출마 권유가 많았을 거 같은데, 출마를 고민하진 않았습니까?

“2018년부터 민주당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최고위원 선거에 후보를 내자, 그렇게 의견을 모아서 후보를 냈죠. 그렇게 2020년에 염태영 당시 수원시장이 최고위원에 당선됐고요. 이번에도 저한테 많은 추천과 권유가 있었습니다만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기초단체장이 4년 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내부 결속력을 다지면서 힘을 기르자고 제가 다른 분들을 설득했고, 그런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 정치인으로서 정 구청장의 최종적인 목표나 꿈은 무엇입니까?

“성동구민들께서 제가 퇴임할 때 박수를 쳐주시는 것, 그게 꿈입니다.”

― 얼마 전 열린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셨죠? 민주당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에, 여론조사를 보면 전당대회 이후에도 당 지지율은 그렇게 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이재명 대표가 갖고 있는 매력이 굉장히 많다고 봅니다. 새로운 인물이 대표가 되면 당 지지율은 많이 오를 수 있죠. 기대감 때문인데, 그걸 채우면 지지율이 계속 가겠지만 못 채우면 급락하죠. 그에 비하면 이재명 대표는 이미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분이니까 대표가 됐다고 해서 특별히 지지율이 올라갈 일은 없는 거죠. 지금부터 성과를 보여줘야 올라갈 겁니다. 반대로 앞으로 당 지지율이 특별히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겁니다. 이 대표에겐 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인데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봅니다. 민주당은 너무 알려져 있으니까 특별히 기대할 것도 없는 거겠죠. 이걸 바꾸려면 인물로서가 아니라 일로써 변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일을 정말 잘한다, 능력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줘야 합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겁니까?

“글쎄요.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구 현안인데, 마장동 뚝방에 유명한 ‘먹자 골목’이 있어요. 올 초에 그곳에 화재가 났습니다. 1988년 올림픽 때 서울시가 도시정비 사업을 하면서 인근 무허가 업소들을 전부 뚝방으로 옮겨서 영업을 하게 한 겁니다. 시유지와 국유지에서요. 한쪽에선 화재 위험도 있고 불법 영업이니 다 철거하라고 요구합니다. 상인들을 비롯한 다른 한쪽에선 30년 넘게 장사해 왔으니까 못 나간다, 대체부지라도 마련해달라 하고요. 주민도 만족하고 상인들도 만족할 만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이 부지의 90%가 시유지와 국유지라 서울시에 함께 대책을 내보자고 요청하고 있지만 복잡한 문제라 쉽지 않아요. 참 답답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꼭 해결할 겁니다.”

― 지금 얘기하신 것처럼 성동구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의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타협과 조정은 쉽지가 않고요. 갈수록 심해지는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 충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제가 국가적 차원의 해결방안을 얘기할 능력은 안되고, 성동구 사례를 하나 들어볼께요. 처음 구청장에 당선된 직후였습니다. 큰 택시회사가 광진구에 있다가 성동구 서울숲 아파트단지 바로 옆 공터로 이전을 하게 됐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엄청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또 그 옆에 학교가 있는데, 학교 쪽도 학생 안전을 이유로 이전을 반대했지요. 제가 취임하기 전에 행정 절차상 이전 허가가 이미 난 사안이었어요. 그래서 택시회사와 아파트 주민, 학교당국의 대화를 시작했어요. 수도 없이 대화했습니다. 학교 쪽 요청을 수렴해서 교통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아파트와 그 주변에 택시회사가 시시티비(CCTV)와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게 하고, 또 학교엔 장학금도 내도록 하고, 이렇게 설득하고 대화해서 결국 합의를 이뤘습니다. 1년 걸렸습니다. 그냥 밀어부쳤다면 일찍 매듭지었겠지만, 그러면 분명히 큰 문제가 났을 겁니다. 기다리고, 설득하고, 그래서 지금은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끝없는 대화, 시간이 걸리고 힘들겠지만 진짜 끝없는 대화인 거 같고요, 거기에 대안을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대화한다고 그냥 얘기만 듣고 있으면 안돼요, 매번 할 때마다 진일보한 대안을 계속 내놓아야지 합의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 세 번째 구청장 하시는데, 어떨 때 ‘아 이게 민심이구나’ 하는 걸 느낍니까?

“각계각층을 따로따로 만나고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는데, 어느 때 보면 거의 모든 주민들이 비슷한 얘기를 하실 때가 있어요. 대개는 개인적인 의견을 많이 이야기 하시는데, 어떨 때는 코로나 관련된 얘기라든지 정책에 관한 얘기를 거의 똑같이 하십니다. 그럴 때 이게 민심이구나 생각합니다. 가령 코로나 관련해서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그만 하고 일상생활을 하며 이겨내자는 얘기가 모든 모임에서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거라고 저는 판단을 합니다. 이구동성(異口同聲)이란 게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죠.”

― 그렇게 민심을 느끼면 민주당 지도부에도 전달을 합니까?

“전달하죠. 그런데 항상 받아들이는 건 아니에요. 대표적으로 2021년 1가구 1주택의 종부세와 재산세 과표인 공시가격 현실화 논란이 심할 때 당 지도부에 다른 지역 단체장들 의견과 동의를 받아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죠. 모든 모임에서 비슷하게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걸 반대하시더라구요. 아파트값 오른 게 내 잘못이 아닌데, 니들이 정책을 잘못 펴놓고 왜 우리한테 세금 더 내라고 하느냐는 거죠. 이런 추세면 올해는 해당 안 돼도 내년엔 나도 해당이 될 거라고 다들 생각하시는 거죠. 그래서 그런 우려를 표로 정리해서 당 지도부에 제출했습니다. 아무리 방향이 옳더라도 국민 다수가 반대하면 속도를 조절하거나 추진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민주당이 민심을 잃었다면 아마 그런 데서 잃은 게 아닐까 합니다.”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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