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핵사용 법령화와 野의 위험한 인식

기자 2022. 9. 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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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8일 정권 수립 기념일에 앞서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 핵무력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

그 점에서, 5년 내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철석같이 믿고 이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앞장서서 보증했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견제받지 않고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오늘처럼 대담한 핵무력정책을 천명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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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명예교수

북한이 지난 8일 정권 수립 기념일에 앞서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 핵무력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 또,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 협상을 통해 흥정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핵능력을 계속 고도화해 나갈 것이며 이를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선제적이고 임의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방침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그 도발 수위가 한층 심각해졌다. 이로써 북한 당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그런데도 국내 일각에서,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령화가 매우 이례적이란 점에서 더 큰 흥정을 기대하는 협상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그 내용 자체도 한미연합군의 참수작전 등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비판과 함께 경제난에 처한 북한 내부의 사기 진작용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이른바 불가역적 핵무력정책은 우리와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정치적·군사적 도발이며 실재하는 안보 위협이다. 총 11개 세부 조항으로 상세하게 법령화를 천명하고 김정은의 연설 또한 노동신문 1∼4면에 걸쳐 장황하게 보도한 것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조만간 7차 핵실험과 소형화된 전술핵과 수소폭탄을 개발하기 위한 추가 핵실험도 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성능이 향상된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는 이를 발사할 신형 잠수함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그 점에서, 5년 내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철석같이 믿고 이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앞장서서 보증했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견제받지 않고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오늘처럼 대담한 핵무력정책을 천명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윤 정부는 북한의 노골적인 핵 위협과 대담한 정치적·군사적 공세에 대응해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갖추면서 이를 국내외에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 공표에 대해 국방부가 한·미의 압도적 대응으로 제압할 것임을 경고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통일부 역시 북한의 비핵화가 확고한 대북정책의 근간임을 재확인한 것은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자신감 있는 대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기조와 방향을 범정부·범국민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급히 구현하는 것이다. 오는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비롯해 군과 정부 관련 부처의 북핵 대응 체계를 현실에 맞게 대폭 개정·강화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들을 유비무환의 자세로 강구해 나가야 한다. 다음 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실재하는 북한 핵무력의 위험성에 대해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환기하고 지속적인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 당사자로서 좀 더 호소력 있을 것이다. 복잡한 정치 일정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와의 긴밀한 협치를 통해 더는 북핵 문제가 정파나 이념에 좌우되지 않게 초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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