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의 시론>'윤석열 정치' 시작돼야 한다

기자 2022. 9.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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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추석 민생’도 지지율 효과 미약

연말까지 40%대 회복 불투명

대통령의 정치 외면은 현실 외면

당 분란 정리, 주류 형성 필요

야당 지도부와도 대화 나서고

국민과 솔직·명확한 소통 해야

추석 연휴가 지났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 긍정 평가는 30%대 초반에서, 부정 평가는 50%대 후반에서 오르내린다. 연휴 기간의 ‘민생 우선, 약자 동행’도 효과가 없다. 이대로 가면 연말까지도 30%대 초반 박스권에서 벗어나 40%대를 회복하기 어렵고, 내년에도 국정 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윤 대통령이 정치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세 가지 정치가 필요하다. 첫째, 여당 내 정치. 추석 직전, 존경받는 종교계 지도자들이 조찬 모임을 가졌다. 주로 교계 얘기가 오갔고, 정치 얘기는 딱 두 마디였다고 한다. 하나는, 여권이 이준석 전 대표 하나 처리하지 못해 쩔쩔맨다는 것. 다른 하나는, 윤 대통령이 어려운데 나서서 도와주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준석 문제는 9월 안에 정리해야 한다. 수사와 별개로, 당 윤리위를 열어 ‘이별’을 공식화해야 한다. 이준석 문제는 윤 대통령 말대로 “내부 총질”이기 때문에 커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외부 총질” 세력이 되면 지금처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계파가 아니라도, 당내에 윤 정부를 지원하는 주류 세력 형성도 필요하다. 그래야 윤핵관이란 ‘고약한 프레임’도 사라지고 친윤 또는 주류라는 상식적 정치 용어가 돌아온다. 처음 ‘민들레’ 모임을 추진할 때 60∼70명 정도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주류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 당에는 비주류도 필요하다. 나머지 40∼50명 정도가 비주류나 중도로 남으면 당은 주류 7 대 비주류 3, 또는 주류 6, 비주류 4 정도의 건강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비친다. 여당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윤 대통령 스스로 밝혀야 한다.

둘째, 여야 간의 정치. 지난달 선출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요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당이 안정되면,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자고 했다. 정답일 수 있지만, 이 또한 기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이 대표는 민생 현안을 해결하자며 거듭 만남을 다그치고 있다. 사실 여당에서 먼저 나서 해결했어야 할 문제다. 국민의힘이 여야 대표 회담을 먼저 하자고 역제안을 하면 된다. 어차피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몇 가지 합의문이라도 작성하려면 당연히 여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여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먼저 입장을 밝혀도 된다. 이 대표가 기소됐고, 또 계속 수사를 받는 상황을 감안해 윤 대통령이 정기국회가 본격화하기 전 여야 원내대표를 먼저 만날 수도 있다. 또 이 대표를 포함한 여야 대표를 만나되,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창의적인’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국민은 그런 것을 ‘협치’ 노력으로 볼 것이다.

셋째, 국민과의 정치. 윤 대통령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시장, 기업, 보육원, 미술관, 군부대 등 민생 현장을 다니며 국민과 소통하려 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문제들에 대해 명확하고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 북한 핵은 어떻게 막을 것이냐, 경제는 언제 좋아지느냐, 종부세는 언제 내리냐, 여성가족부는 진짜 없앨 것이냐,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윤 대통령의 답변과 그에 따른 정책이 이념·계층·지역·세대·성별로 갈라진 국민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족하는 국민은 윤 대통령이 가장 필요로 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기 정치’를 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칩거하다 6월 29일 정치를 선언했지만, 주변에 정치 세력이 구축된 것은 아니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깃발 하나로 나섰던 것이다. 사람도, 정책도 없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초기에 손잡은 인물들이 이른바 ‘윤핵관’이다. 대선 승리도, 인수위 운영도, 첫 내각·대통령실 인사도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추석 전 대통령실부터 자기 사람들로 바꿨다. 그것이 정치다. 이제 여당과 야당 그리고 국민을 향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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