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물러날 때 모르는 정치, 법·조례까지 동원하나

2022. 9.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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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알박기 인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이 같은 법안, 조례가 나온 것에는 반복되는 인사 알박기가 가져오는 정치적 비판뿐 아니라 실질적인 행정낭비도 적지 않다는 문제인식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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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알박기 인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최근 선거에서 정당 간 무게추가 크게 뒤바뀐 지방자치단체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행정을 위해 법으로 신분 보장을 하는 소위 ‘늘공’과 달리 행정을 넘어 정치적인 판단과 실행을 함께 해야 하는 ‘어공’에게 정권 교체는 사실상 임기가 끝났다는 신호다. 대부분 어공의 자리에도 법으로 임기가 명시돼 있긴 하지만 자신을 임명했던 수장이 물러나면 함께 떠나는 것이 어공의 운명이다. 또 정치적 도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런 운명, 그리고 정치적 도리를 거스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나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인지, ‘남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 정권 교체 후에도 산더미처럼 쌓여서 그런 건지 혹은 그 자리가 주는 월급과 의전을 내려놓기 아쉬운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파를 떠나 여야 충성지지자들조차 옹호하기 힘든 모습이다.

최근 서울시에 발의된 알박기 인사 금지 조례는 정책결정 보좌공무원, 즉 어공의 임기를 새로운 시장이 선출돼 그 임기가 개시되기 전에 종료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골자다. 통상 2년인 기관장의 임기가 보장되지만 임명 당시 시장이 낙선 또는 임기 만료됐을 경우 해당 기관장과 정무직의 임기도 자동 종료되는 내용을 담았다. 비슷한 시기 국회에 발의된 ‘인사 알박기 금지법안’ 역시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일치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둘 다 2년, 3년 등 각기 다른 법에서 규정한 임명직의 임기에 앞서 정치적 임기가 먼저라는 의미다.

국회와 서울시의회 등에 최근 발의된 ‘인사 알박기 금지법’ 상당수가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것도 특징이다. 자신의 일부 인사가 정권 교체의 현실을 애써 거부하며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모습은 스스로도 볼썽사납다고 느낀 결과인 셈이다. 물론 자신들이 다시 정부와 서울시 등의 권력을 잡았을 때 상대 정파의 인사 알박기 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장기적 포석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법안, 조례가 나온 것에는 반복되는 인사 알박기가 가져오는 정치적 비판뿐 아니라 실질적인 행정낭비도 적지 않다는 문제인식도 담겨 있다. 서울시 인사 알박기 금지 조례를 발의한 민주당 소속 김경 의원은 “시장이 교체될 때마다 발생하는 임기 중인 정책결정 보좌공무원 및 기관장 등의 거취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시장과 임기를 맞추는 ‘임기 일치법’ 제정을 통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임기 차이로 인한 행정 비효율 피해는 오롯이 시민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정치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됐다는 특징이 있다. 길게는 수백년 동안 권력이 바뀌며 정치적 금기와 도리를 쌓아 온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다른 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법으로까지 만들어 강제해야 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이 아쉽지만 소위 나라와 서울시,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지도층 정치인들은 이번 법안과 조례를 통해 조금씩이라도 그 도리와 금기를 배워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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