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는 없었다.. 요즘 부동산 하락 공식 세 가지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며 고가아파트와 신축아파트 등 최근 수 년동안 값이 오르기만 해 이른바 ‘불패’로 불렸던 아파트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이 오른 것일수록 많이 내리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출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 하락했다. 전주(-0.13%)보다 하락폭이 0.2%포인트(P) 커졌으며, 지난 2013년 8월 첫째주(-0.15%) 이후 9년 1개월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5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①‘똘똘한 한 채’의 배신?… 고가 아파트 하락폭 커져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던 고가 아파트들의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떨어질 때도 고가 아파트들은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싼 아파트일수록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 가격은 24억4004만원으로 전달(24억4711만원)보다 0.29%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KB부동산은 주택가격을 가격순으로 5등분한 뒤 5개 분위별 평균주택가격을 집계한다. 이 통계는 각 가격대별 집값의 흐름세를 보는데 활용된다.
같은 기간 하위 20%(1분위) 아파트 가격은 5억8194만원에서 5억8016만원으로 0.15% 떨어졌다. 5분위 아파트값의 하락폭이 1분위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이다. 5분위 가격이 8월 들어 하락 전환하고, 하락폭도 낮은 가격대보다 크다는 점에서 5분위 아파트 가격이 임계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시중 은행의 대출과 관계 없는 고가 아파트들도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매수 심리 위축을 피해가지 못했다”면서 “가격대 자체가 높다 보니 하락폭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지만, 압구정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5분위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지면서 주택 가격 양극화는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도 생겼다. 지난달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을 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4.2였다. 작년 12월 이후 9개월째 변동이 없었다.
②'신축 불패’ 약발 다 했나… 가장 먼저 하락 전환
신축 아파트 가격이 구축 아파트 가격보다 더 떨어지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신축 아파트는 원래 지역의 ‘대장주’로 불리면서 인근 구축의 시세 상승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연령별 매매가격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말 대비 0.58% 떨어졌다. 다른 연령대 아파트들과 비교해 하락폭이 가장 크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0.49% 하락했다. 준공 10년 초과~15년 이하, 준공 15년 초과 20년 이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들은 0.48% 떨어져 신축 아파트 가격보다 하락폭이 0.1%P 작았다.
올해 들어 가장 먼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다.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월 전달 대비 0.06% 떨어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다른 연령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 하락세가 강한 원인으로 급등 피로감과 구매력 축소를 지목한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신축 아파트는 공급이 적고 선호도가 높아 지난해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면서 “일반 수요자들이 접근 불가능한 가격대까지 오르면서 매수세가 약해졌고,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재건축 아파트와 달리 침체기 속에 가격을 끌어올릴 요인이 적다”고 했다.
③지난해 서울 상승률 1위 노원구, 올해는 하락률 ‘상위권’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노원구의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업계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대출로 집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과 비교해 0.30% 떨어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성북구(-0.66%)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이 0.73%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노원구는 지난해 만해도 서울에서 상승세가 가장 거셌던 곳이다. 작년 노원구의 아파트 가격 누적 상승률은 23.64%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값 상승률이 20%를 넘는 건 노원구가 유일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16.4%다.
노원구 주택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실거래가 동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미성아파트 전용면적 50.14㎡는 올 3월만 해도 8억2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지난달에는 6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2월 7억8000만원이던 매매가격이 같은 해 9월 8억7500만원까지 올랐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고준석 대표는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을 수록 조정기 때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노원구와 함께 지난해 집값 상승폭이 컸던 도봉구 등 인근 지역도 올해 들어 다른 지역보다 하락폭이 더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큰 폭으로 올랐던 아파트들이 조정장에 맥을 못추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합수 교수는 “산이 높으면 골짜기는 깊을 수밖에 없듯, 지난해 급격히 올랐던 아파트들은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앞으로도 반납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폭에 따라 그 하락폭의 차이도 달라지겠지만, 연말까지 하락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상승폭이 컸던 아파트들은 오른 가격만큼 매수자들이 받아야 하는 대출 금액도 커졌다”면서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가격 조정을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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