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美 압박에도 中 고용 확대

네덜란드 기반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중국내 인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션보 ASML 부회장 겸 중국 총괄은 전날 중국 경제 매체 제몐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현지 직원 수가 2017년 500명 미만에서 지난 8월말 현재 1500여명으로 3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ASML은 2000년에 중국 지사를 개설해 현재 중국에서 12개의 사무실을 소유하고 있다.

ASML은 지난 6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감 고조에도 올해 중국에서 신규 직원을 200여명 뽑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최신형 5G 스마트폰 등에 들어갈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으로 ASML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데, 미국은 이런 조치를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 확대해달라고 네덜란드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또한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 업체에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ｍ)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ASML의 전체 노광장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34%에서 2분기 10%로 급감했다. ASML의 중국 내 최대 고객은 2020년 12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핵심 반도체 기업인 SMIC다.

중국 비중이 쪼그라든 가운데 2분기 ASML 수출의 41%는 대만, 33%는 한국으로 향했다.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 속에서 ASML이 중국 내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ASML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중요한 위상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중국이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주자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중국 수출에 대한 미국의 추가 압박에 대해 “정치인들이 해결하길 기다려야 하는 정치적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