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대 반 우려 반", '벤투호'의 마지막 담금질
이강인 · 양현준 外 신뢰하는 선수 중용 스타일 유지
2개월 남은 월드컵 정예멤버로 치루는 최종 평가전
손흥민 부진 속 '플랜B', 후방 빌드 업 불안 극복 관심
4년간 동행한 한국 축구와 벤투 감독 유종의 美 거두길
카타르 월드컵 개막 2개월을 앞두고 한국 축구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9월 A매치에 나설 26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선수 명단을 살펴보면 2018년 취임 이후 지난 4년간 벤투 감독이 보여 준 '신뢰하는 선수만 쓴다'는 평소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않은 구성이다.
가장 관심이었던 이강인(21·마요르카)의 대표팀 복귀와 최근 강원FC의 핵심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젊은 피 양현준(20)의 대표팀 첫 발탁이 그나마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강인과 더불어 대표팀 승선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이승우(24·수원FC)와 토종 공격수로 K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주민규(32·제주 유나이티드)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번 9월 A매치 선수 명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사실상 최정예 멤버로 치루는 마지막 평가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2개월 기간 동안 부상을 비롯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이번 평가전에 발탁된 선수들 대부분이 카타르행 비행기에 탈 것으로 보인다.
발표된 명단 가운데 최근 들어 가장 '핫'한 선수는 김민재(26·나폴리)와 이강인이다.
중앙 수비수인 김민재는 최근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UCL) 경기에서 살라를 비롯한 쟁쟁한 공격수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수비력을 보이면서 소속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외신들은 김민재가 현재 세계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는 상대팀 리버풀의 반 다이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민재는 지난 6월 브라질, 칠레 등과의 평가전에는 부상으로 제외됐으나 월드컵을 코앞에 둔 지금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어 9월 평가전에서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1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강인은 스페인 라 리가에서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세계 최고의 팀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최근 경기에서는 정확한 왼발 프리킥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라 리라 도움 1위를 기록 중이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 0대3으로 참패한 일본과의 평가전 이후 대표팀 발탁에서 계속 제외됐으나 최근의 빼어난 활약을 보이면서 벤투호에 재승선 했다.
솔직히 벤투 감독 입장에서 미래 한국 축구를 대표할 재목인 이강인을 이번에도 선발하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 여론이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벤투호 전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손흥민(30·토트넘)은 이번 시즌들어 주춤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지금까지 8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 했으나 아직까지 골이 없다.
손흥민의 백업 역할로 영입한 브라질 출신 히살리송(25)은 UCL 1차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활약을 펼치고 있어 손흥민의 선발 제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아직 골은 없어도 상대방의 퇴장을 유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시즌 EPL 득점왕을 차지했을 정도의 기량은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유럽 무대에서 선발 또는 교체 선수로 출전하고 있는 '황 트리오'(황의조·황인범·황희찬)를 비롯해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과 이재성(30·마인츠)도 예정대로 탑승했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선발된 최정예 멤버를 이끌고 벤투 감독이 9월 평가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벤투호의 지난 4년간 경기를 뒤 돌아보면 늘 느낌표(!)와 동시에 의문부호(?)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루기는 했으나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대3 연속 패배라는 치욕을 기록하기도 했다.
손흥민을 비롯한 유럽파 최정예 맴버가 출전한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록했으나 해외파 주전 선수들이 빠질 경우에는 그야말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그래서 벤투호의 최대 약점으로 '플랜B' 부재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모든 경기를 '베스트 11'으로 구성할 수만 있다면 걱정할게 없으나 혹여 부상자 발생 등 선수층에 문제라도 생기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ESPN'도 최근 손흥민의 부진을 지적하면서 벤투 감독은 과연 '플랜B'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말해 신뢰하는 선수만 쓰다 보니 대체 선수층이 얇다는 지적이다.
벤투 감독의 전술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이어져온 또 한 가지 의문 부호는 '후방 빌드 업'을 고집하는 전술이 맞느냐는 점이다.
후방 빌드 업은 압박 수비와 더불어 현재 유럽을 비롯한 선진 축구에서 대세로 구사하고 있는 세계적 축구 전술이다.
다만 선수 개개인이 전달되는 공을 안정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과 압박해 오는 상대 선수를 제칠 수 있는 개인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전술 구사의 전제 조건이다.
개인 능력이 부족하다면 일본 축구처럼 상대의 압박을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패스 능력과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수반해야 한다.
벤투호가 대량 실점을 하는 등 고전한 경기들을 보면 상대의 압박 수비에 후방 빌드 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허둥대다 어이없이 공을 뺏기는 경우가 잦았다.
그나마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상대팀 수비가 대부분 내려앉은 탓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팀은 우리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팀은 없다.
물론 후방 빌드 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그야말로 '뻥 축구'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익혀온 전술을 최대한 구현하며 팀 색깔을 유지하되 경우에 따라선 현실적인 측면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행이 벤투호에는 부진하다해도 최소한 상대 수비수 한·두 명을 늘 달고 다니거나 상대의 뒷공간을 순식간에 허물어 버릴 능력을 갖춘 손흥민이라는 세계적인 공격수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9월 평가전 두 경기가 중요한 이유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최정예 멤버로 치루는 사실상 마지막 담금질이기 때문이다.
실전을 코앞에 두고 치루는 경기인 만큼 벤투 감독이 그동안 추구해온 바가 '뚝심'이었는지 아니면 '전략 부재'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은 4년 넘게 함께 해 온 한국축구와 벤투 감독의 마지막 동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기록한 거스 히딩크 감독만큼은 아니어도 지난 4년간의 인연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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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석제 기자 yoonthom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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