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투자 '쿠팡식 성공 방정식' 더 이상 안 통한다

김태현 기자 2022. 9. 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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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식어가는 제2벤처붐②]

[편집자주] 글로벌 금리인상과 경기부진 등으로 벤처투지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돈맥경화가 심화하면서 실탄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폐업하거나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들조차 성장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빠르게 식어가는 제2 벤처붐을 들여다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외형을 확장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외형 성장에만 매달린 스타트업은 존폐 위기에 놓일 것입니다."

지난 7월 머니투데이가 진행한 스타트업 최고운영책임자(COO) 좌담회에서 COO 모두 입을 모으며 한 말이다. 두 달이 지난 현재 이들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거액을 투자받아 외형 성장에만 집중했던 스타트업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전직원 권고사직에 C레벨 줄퇴사…위기의 플랫폼
/사진=오늘식탁 홈페이지
수산물 당일배송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지난 1일 주주 간담회를 열고 현재 직면한 자금난과 서비스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아울러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후 오늘식탁은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오늘식탁은 적자를 통해서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이라며 "추석 직후 오늘회 서비스를 재개하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식탁은 14일 오늘회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현재 3개 상품만 주문이 가능하다. 주문 가능한 이 상품들도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만 배송 가능한 상태다.

서비스 재개를 선언했지만 오늘식탁이 조기 회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전 직원 권고사직을 통보한 상황에서 서비스를 재개한들 정상화가 될지 의문"이라며 "결국 대규모 투자를 해줄 신규 투자자가 필요한데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안에 정통한 IB(투자은행) 관계자는 "기존 주주의 추가 투자, 매각 등 다양한 카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 중인 메쉬코리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종합 물류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 수익화가 더뎌졌다.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유정범 대표 등 최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고금리 대출까지 받은 상황이다. 현재 KT, NVC파트너스 등 잠재적 투자자들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뚜렷한 진행 과정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온·오프라인 클래스 플랫폼 탈잉은 최근 C레벨 등 핵심 인력이 줄퇴사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성공했지만 불투명한 성장 전망에 주요 인력들이 대거 이탈했다. 사무실까지 강남에서 성수로 옮겼다.
'캐시버닝' 전략으로 몸집 키운 플랫폼...태울 돈이 없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오랜 기간 적자를 감내하는 '캐시버닝'(Cash Burning) 전략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오늘식탁은 회사를 설립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19년 21억원, 2020년 40억원, 2021년 126억원으로 오히려 적자 폭만 키웠다.

올해로 설립 10년 차 메쉬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영업적자 368억원을 기록해 최근 3년 사이 적자가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탈잉은 6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3.5배 증가했다.

그런데도 이들 플랫폼은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플랫폼 관련 업종인 유통서비스와 ICT서비스의 2021년 기업가치 배수(기업가치/투자금액)는 각각 21.1배, 24배로 나타났다. 게임(169.0배)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기업가치 배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해당 업종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높은 시장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한다면 언제든지 수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과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만년 적자 쿠팡에 2조원을 쏟아부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유동성 경직 플랫폼 외면…"출혈경쟁 투자 못 한다"
쿠팡 경영진이 지난해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과 배송직원, 오픈마켓 셀러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무대 위에는 김현명(왼쪽부터)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서 있다. /사진제공=쿠팡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한 2021년 초만 하더라도 유동성은 넘쳤고, 증시가 연일 랠리를 달렸다. IPO(기업공개) 시장도 활발했다"며 "그러나 최근 투자 시장은 여느 때보다 경직된 상황이다. 투자 회수는 어려워지고,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7월 국내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액은 8368억원이다. 지난해 7월 3조659억원에서 72.7% 감소했다. 직전 달인 6월(1조3888억원)과 비교해도 38.9% 줄었다. 이유는 유동성 경직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주요 민간 출자자(LP)들은 주머니를 잠갔다. VC 입장에서 출혈 경쟁을 불사해야 하는 플랫폼에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실제 과거 e커머스 플랫폼 경쟁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 외 경쟁에서 뒤처진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나머지 e커머스 플랫폼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티몬의 경우 벌써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익성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한 VC 관계자는 "신약 개발까지 수년이 걸리는 바이오 업체에 대해서도 보이는 숫자, 실적을 요구하는 마당에 플랫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라며 "과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등을 지표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인정하기 어렵다.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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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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