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이어 바이오도 '메이드 인 USA'

김재범 기자 2022. 9.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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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든 자국주의 정책에 국내업계 '초비상'
바이든, 바이오 제조 자국생산 예고
국내업계, 해외 위탁생산 제동 위기
정부 "美의 구체적 조치 보고 판단"
중국 견제 정책..기회라는 시각도
미 정부 차원에서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의 자국 내 연구 및 생산을 강화한 첫 행정명령이 공개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의 불똥이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국내 바이오산업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12일(현지시간) 미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의 불똥이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이제는 국내 바이오산업까지 확대됐다.

미국 백악관은 12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바이오경제를 위한 생명공학, 바이오제조 혁신 증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의 자국 내 연구와 생산을 강화한 첫 행정명령이다.

미국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산업육성법 등을 발표했다. 이번 바이오산업 행정명령도 그런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8월 서명한 반도체산업육성법과 마찬가지로 생명공학 분야에서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자국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백악관은 별도로 낸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외국 원료와 바이오제조에 너무 많이 의존했는데 과거 핵심 산업에 대한 오프쇼어링(해외 아웃소싱)은 중요 화학물질과 의약품 성분 등에 대한 우리 접근 능력을 위협한다”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이내에 생명공학 분야가 제조업 분야와 결합해 30조 달러(약 4경137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14일 관련 회의를 열어 이번 행정명령을 구체화할 광범위한 신규 투자와 지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바이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으로 인해 자동차산업과 반도체산업에 대한 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핵심 전략산업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제약의 성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아직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위탁하지 않고 자국 생산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체화하면 우리 업계의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코로나19백신 등 여러 미국 기업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노바백스의 코로나19백신을 국내에서 원액부터 제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해외 위탁생산에 제동을 걸고 자국 내 생산을 요구하게 되면 그동안 생산시설에 엄청난 투자를 해온 기업들로선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정부도 아직까지는 “미국의 구체적인 조치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아끼고 있다. 미 정부가 180일 내에 발표할 예정이라는 바이오산업의 자국 내 생산에 대한 구체안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첨단 바이오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올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면서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현지법인 설립 등을 통해 미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국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바이오산업계의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전세계 바이오산업과 바이오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미국이 전폭적인 투자를 하게 되면 유럽 등도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이 자명해 우리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폭적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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