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2년3개월만 최대 폭락..증권가 "물가 안정, 올해 힘들 듯"

김현정 2022. 9.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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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공포 속에 뉴욕증시가 폭락 마감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76.37포인트(3.94%) 떨어진 31,104.9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7.72포인트(4.32%) 폭락한 3,932.6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2.84포인트(5.16%) 급락한 11,633.5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주요 3대 지수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2년 3개월 만에 하루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급락하다 지난 6일 이후 반등하던 뉴욕증시는 하루 만에 일주일 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지난밤 S&P 500 기업 중 490곳 이상의 주가가 한꺼번에 떨어졌다.

장 개장 직전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난달 CPI는 전월보다 0.1%, 전년 동월보다 8.3% 올라 시장예상치(각각 -0.1%, 8.1%)를 재차 웃돌았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 반락에 힘입어 물가상승률이 전월비 0.0%를 기록한 이후로도 휘발유 가격 하락이 계속돼 금융시장에서는 물가가 하향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고 오래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전월비 물가 기여도가 7월 -0.3%포인트에서 8월 -0.4%포인트로 낮아졌지만 7월보다 8월물가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근원 물가 때문이다. 8월 근원 물가상승률은 전월보다 0.6% 올라 7월 상승률(0.3%)의 두 배로 치솟으면서 시장에 더욱 큰 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8월 CPI가 발표된 후 더욱 급격한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3.75%를 돌파해 4%에 근접하면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날 3.361%에서 이날 3.422%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1%포인트까지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 워치(Fed Watch)에 따르면 전날까지 0%였던 100bp 인상 확률은 32%로 올랐고, 50bp 인상 가능성은 배제됐다.

증권가에서는 근원 물가의 하향 안정 시기는 올해보다 내년에 무게를 뒀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근원 물가가 하락하기 위해서는 근원 물가지수 내에서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해 영향력이 막대한 주거비(임대료)가 안정되거나, 서비스 부문 가격 전반에 녹아드는 임금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그 효과가 가격으로 충분히 전달돼야 하는데 올해 중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임대료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된 이후 내년부터 서서히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연준이 선언한 것처럼 수개월 동안 안정되는 물가를 가시적으로 확인하는 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의 향방에 대해 "이날 8월 CPI 쇼크에 따른 미국 증시 패닉셀링에 영향을 받아 전날 상승분을 되돌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업종 관점에서는 전일 4% 넘게 급등한 반도체 포함 금리 변화에 민감했던 성장주들의 단기 하방 압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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