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알람브라의 보라빛 얼룩, 천연 배터리가 만든 나노입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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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불변한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금으로 덮은 알람브라 궁전 천장에도 수백년 세월 동안 보랏빛 얼룩이 생겼다.
19세기에 천장의 금박이 더 손상되지 않도록 석고를 발랐는데 그 위에 보라색 얼룩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변하지 않는 금에 얼룩이 생긴 것은 바람에 실려온 바닷물이 천장에서 배터리 현상을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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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불변한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금으로 덮은 알람브라 궁전 천장에도 수백년 세월 동안 보랏빛 얼룩이 생겼다. 바람이 실어온 바닷물이 금박(金箔)을 분해한 것이다.
스페인 그라나다대 광물학과의 캐롤리나 카르델 교수는 “바닷물 성분이 알람브라 궁전 천장의 금박에서 일종의 배터리 현상을 유발해 보라색의 금 미세 입자를 형성했다”고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했다.
◇보수하러 바른 석고에 보라색 얼룩 나타나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은 1238년부터 1358년 사이 마지막 이슬람이었던 나스르왕조 때 건립됐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기타 독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현빈이 주연한 동명의 TV드라마로 잘 알려졌다.
알람브라는 원래 천장이 금박으로 덮였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부분에도 보라색 얼룩이 생겼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금에 왜 오점이 생겼는지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았다.
그라나다대 연구진은 1993년 알람브라 궁전의 천장에서 보랏빛 얼룩을 처음 발견했다. 19세기에 천장의 금박이 더 손상되지 않도록 석고를 발랐는데 그 위에 보라색 얼룩이 나타난 것이다. 당시는 이 얼룩의 정체를 밝힐 방법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첨단 전자현미경으로 얼룩의 화학 조성을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천장 얼룩은 70나노미터 크기의 둥근 금 입자로 밝혀졌다. 나노 단위의 입자는 크기에 따라 반사하는 색이 달라진다. 70나노미터 금 입자는 보라색 빛만 반사해 우리 눈에 보랏빛 얼룩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금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금속이어서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 부식되지 않고 녹슬지도 않지만 두드리거나 압착했을 때 얇게 퍼지는 성질인 전성이 금속 중에 가장 크다. 1만분의 1㎜ 이하 두께로도 만들 수 있어 엄지손가락 크기의 금을 얇게 펴서 3층 건물을 모두 뒤덮을 수 있다. 알람브라 천장이나 불상을 금으로 덮은 것도 그 때문이다.
연구진은 변하지 않는 금에 얼룩이 생긴 것은 바람에 실려온 바닷물이 천장에서 배터리 현상을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풍이 유발한 배터리 현상이 원인
천장의 금박은 순수한 금이 아니라 주석 바탕에 금과 은 합금을 바른 형태이다. 바람에 실려온 바닷물의 물과 염소 성분이 주석과 반응해 전자를 내놓게 했다. 이 전자가 배터리의 음극과 양극을 오가듯 주석과 금 이온 사이를 이동하면서 화학 반응을 촉진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금박에 생긴 흠에서 산소와 금이 반응하면서 나노 단위의 미세 입자가 형성됐다. 이 입자가 보수를 위해 바른 석고에 쌓이면서 보라색을 나타낸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유물 보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박에 오점이 생긴 과정이 드러난 만큼, 더 손상되지 않게 하거나 원래 모습대로 되돌릴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동안 미술품이나 건축물에서 보라색을 띠는 금이 생긴 사례가 별로 없었던 것은 실제 손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카르델 교수는 “알람브라 궁전은 보수를 위해 흰 석고를 덫칠하는 바람에 보라색 금이 쉽게 포착됐다”라며 “보라색은 생각보다 더 많이 퍼져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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