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는 받는데.." 배민·쿠팡이츠, 포장수수료 '딜레마'
"자영업자 고통 분담..적자 감수해 왔다"
내년 유료화 전망..업주·소비자 반발 '관건'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포장 중개 수수료 '유료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포장 주문 시 점주에게 수수료를 받는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오히려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배민,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정체되고 있다. 쿠폰 등 마케팅 '여력'에서 발생한 차이다. 현재 포장 주문 만큼은 요기요가 '강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요기요는 업주에게서 수수료를 받는 대신 소비자에게 공격적인 포장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수수료를 쿠폰 등 마케팅 재원으로 삼는 전략이다. 배민과 쿠팡이츠도 포장 중개 수수료 과금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업주에 부과된 수수료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다.
올해만 수수료 '0'
14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과 쿠팡이츠는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올해까지만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배달앱에서는 이용자가 포장 주문을 택하면 배달 플랫폼에서 따로 점주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와 주문한 고객 모두 음식을 주문해 포장해 갔을 때 내는 수수료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주에 포장 중개 수수료과 부과된다. 포장 주문의 '유료화 전환'인 셈이다.
현재 포장 주문은 업계의 '핵'이다. 고물가와 높아진 배달비로 포장 주문 수요는 증가세다. 식당 입장에서도 선호하고 있다. 앱을 통해 주문, 결제까지 이뤄진다. '노쇼(No-show)'를 막을 수 있는 데다가 배달비도 들지 않는다. 실제로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전체 주문에서 포장 주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기준 2022년 기준 26.2%에 달했다. 2020년 17.0%에서 2021년 21.9%로 늘어난 뒤 올 들어 5% 가까이 늘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그동안 포장 중개 수수료 도입을 미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던 음식점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후 거리두기 해제 등이 이뤄졌지만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특히 배달비가 연일 오르면서 배달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국정감사 기간도 다가오고 있다. 자칫 '배달앱 때문에 물가가 올랐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는 곤란하다. 이들이 연말까지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배경이다.
요기요의 '약진'
또 다른 배경은 요기요의 '약진'에 있다. 현재 배달앱 3사 중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를 받는 곳은 요기요뿐이다. 배달 주문과 같은 12.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요기요의 포장 주문 전략은 배민, 쿠팡이츠와 다르다. 음식점에 수수료를 받는 대신 이를 할인 쿠폰 등 마케팅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음식점의 부담이 생기지만 그만큼 소비를 촉진해 주문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소비자와 점주가 '윈윈'하는 구조라는 것이 요기요 측 설명이다.
요기요는 포장 할인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피자헛의 경우 2만4900원 이상 포장 주문시 1만1000원을 할인해준다. 입점 치킨 프랜차이즈와 카페·베이커리에도 4000원 이상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요기요의 구독 서비스인 '요기패스' 자체 프로모션도 있다. 이 같은 공세에 지난 5월 요기요의 포장 주문 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6배나 늘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요기요의 약진이 불안한 눈치다. 포장 주문에서 요기요와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여력이 없다. 요기요의 전략이 배민, 쿠팡이츠의 무료 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는 셈이다. 포장 주문에 있어서만큼은 요기요가 강자다. 요기요의 전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1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장 주문 점유율에서는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커지는 소비자 불안
배민과 쿠팡이츠는 내년부터 포장 중개 수수료 도입을 예고했다. 이들은 단건배달과 마찬가지로 포장 주문 수수료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장 주문도 배달 주문 서비스와 동일한 '자원'이 들어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서비스 유지 관리와 서버 사용료 등이 발생한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요기요에 더 시간을 주는 것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배민과 쿠팡이츠도 요기요와 같은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낸다. 점주의 부담이 자칫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배달앱들이 포장 수수료를 받으면 배달비처럼 점주와 소비자가 해당 비용을 나눠서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포장 주문의 가격을 올리는 음식점도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배달앱의 '프로모션'이 더 중요해지는 셈이다. 이마저도 없다면 포장 주문의 매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프랜차이즈·자영업계의 '앱' 종속 가속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주들의 공감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약 111만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판에는 "가격 인상 요인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포장 주문 수수료 과금에 반발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에 대한 공론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과금에 대한 배달앱 업계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공감을 얻지 못하면 배달앱에 대한 이미지는 추락할 수 있다.
업계도 신중하게 관련 문제를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포장 주문도 서비스 유지와 고도화 등 다른 서비스와 똑같은 리소스가 투입된다"라며 "자영업자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무료 정책을 이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개 수수료 부과는 근본적으로 포장 수수료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함"이라며 "충분한 관련 설명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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