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빅딜 없이 3분기 가나..'M&A 대공황' 우려
3개월째 빅딜 가뭄..병목현상 심화
4분기도 이어지면 M&A 대공황 우려
막힌 혈 뚤어줄 빅딜 누구냐 관심 속
리스크 헷지 위한 연합군 대세 전망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4분기를 목전에 둔 인수합병(M&A) 시장이 위기의 갈림길에 섰다. 몸값만 수 조원에 달하는 대형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빅딜’(대형거래)이 뚝 끊기며 시장 내 병목현상(甁-現象)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국내외 경제에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쌓이는 이른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초대형 복합 위기)’ 우려가 자본시장을 강타한 결과다.
3분기 이렇다 할 M&A 빅딜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4분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자칫 ‘M&A 대공황’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 막힌 혈을 뚫어줄 빅딜 성사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여유자금을 갖춘 원매자들의 적극적인 베팅이 어떤 매물에 집중되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13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이달 현재 M&A 시장에 나와 있는 조 단위 매물(경영권 인수·지분투자 포함)은 총 9곳에 이른다. 조 단위에는 못 미치지만 5000억~8000억원대 가격대 매물까지 더하면 10곳이 훌쩍 넘어 역대급 M&A 큰 장이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한온시스템(018880)이 약 6조~7조원으로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는 가운데 △메디트(4조원)△일진머티리얼즈(020150)(3조원) △SK온 지분투자(2조원) △롯데카드와 모던하우스(각 2조원) 등이 수 조원대 몸값을 희망하고 있다. 이밖에 1조원대 매각가를 바라보는 버거킹과 맘스터치를 비롯해 한국 맥도날드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조율 중이다.
대형 매물 출현에 시장에 열기가 돌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6월 1조원대 매물인 PI첨단소재(178920)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운용사인 베어링PEA를 새 주인으로 맞은 이후 3개월 넘게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빅딜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칫 이대로 남은 9월을 보낼 경우 빅딜 없는 3분기를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조원대 매물로 관심이 쏠렸던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가 우여곡절 끝에 무산된데다, 매각 작업 막바지 원매자와 매각 측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M&A 체결이 무산되는 사례로 속출하고 있다. 막판 과정에서 M&A가 최종 결렬된 임플란트 회사 디오(039840)와 메가스터디 교육이 대표적이다.
대형 매물이 쏟아진 현 상황을 열기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반대로 덩치 큰 매물이 쌓이는 병목현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녹록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도 ‘지금 못 팔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곳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대표는 “조 단위 매물이 한꺼번에 몰린 타이밍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에서 조 단위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원매자는 많지 않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PEF 운용사 등 사실 정해져 있다”며 “이런 매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여러모로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M&A 대공황 우려…분위기 반전 이끌 빅딜 관심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 엔데믹 기대감에 대형 M&A가 잇따라 이뤄지며 몸값이 계속 뛰는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 특수로 실적을 올린 매물들의 올해 M&A 성적이 기대를 모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퍼펙트 스톰에 시장 분위기가 몰라보게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뾰족한 분위기 반전 요소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M&A 대공황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PEF 운용사마다 사모 대출이나 스페셜 시츄에이션, 컨티뉴에이션(장기보유) 펀드 설립에 주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에서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모두가 몸 사리는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원하는 매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할 찬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막힌 혈을 뚫어줄 대형 빅딜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르면 3분기 말이나 4분기에는 시장에서 주목할 빅딜이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시장 참여자 모두 ‘눈치게임’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승자의 저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한창이다. 최근에는 전략적 투자자(SI)가 ‘경영권 인수’라는 운전대를 잡고 PEF 운용사들이 자금을 대는 인수전략이 연말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단독 인수로 들어가기엔 부담이 크다 보니 위험을 헷지(회피) 하려는 전략을 쓸 것이다”며 “이번 기회로 대형 매물 중에서도 매력이 확실한 매물이 무엇인지 판가름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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