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하자..'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급증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가입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두 달 가까이 가입한 건수가 지난 1년간 가입 건수의 5배에 달할 정도로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건수는 지난 7월15일부터 지난 8일까지 522건(1186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최근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 혜택을 늘리는 등 일부 개편한 영향으로 보인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중은행을 통해 내놓은 금융상품이다. 시장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금리갱신 시점에 가입자에게 새로 적용되는 금리를 직전 금리 대비 연간 최대 0.75%포인트 또는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앞서 이 상품은 지난 2019년 초에도 출시됐었으나, 당시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요가 저조해 결국 상품 취급이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재출시했을 때도 시장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보통 대출자들은 당장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장 낮은 금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짙은데, 이 상품은 은행이 져야 하는 위험 부담을 고려해 소비자들에게 연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가입비용(프리미엄) 명목으로 추가로 붙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상품이 출시된 지 1년 만인 올해 7월14일까지만 해도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 가입 실적은 115건(217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당초 지난 15일까지만 판매하려던 금리상한형 상품 판매 기간을 연장하면서, 동시에 그간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로 지목됐던 '가입비용'과 금리상승 제한폭을 더 낮췄다. 최근 금리급등 상황을 감안해 더 많은 차주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구은행은 금리상승 제한폭을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45%포인트로 설정했고, 하나·국민·부산·경남·기업·수협은행은 0.5%포인트, 신한·우리·광주·농협은행은 0.75%포인트로 제한했다. 이들의 5년간 금리상승 제한폭은 2%포인트 이내다.
가입비용도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그 이후엔 0.2%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신한·우리·농협은행은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이후 0.15~0.2%포인트를 가산한다. 수협은행은 0.05~0.1%포인트, 기업은행은 0.1%포인트, 하나·국민·대구·부산·광주·경남은행은 0.15~0.2%포인트를 가산한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다, 가산금리를 한시적으로 면제 또는 낮춰주고 있어 앞으로도 가입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금리는 4.33~6.32%, 변동금리는 4.06~6.315%로 6% 중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를 넘어설 전망이어, 조만간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6% 후반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코픽스는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사상 최대 상승폭인 0.52%포인트가 올라 2013년 3월(2.8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0%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78.4%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14년 3월(78.6%)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큰 비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대출금액 자체가 통상 억단위로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0.1%포인트 차이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일부 은행은 1년간 붙는 가산금리를 면제해 주기로 했고, 또 앞으로 금리가 계속해서 급격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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