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친환경 해상풍력..전국서 어업권 침해 논란

고성식 2022. 9.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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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울산, 경기, 경남 등 추진하는 곳마다 어민 반발 거세
"경관 훼손 방지, 주민 수용성 확보, 개발 이익 환원 등 공공적 고려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친환경 에너지인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전국적으로 경관 훼손 및 어업권 침해 등의 논란을 사 역풍을 맞고 있다.

제주시 추자면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설비 설치 예상도 [추자도해상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에서는 세계적 에너지 생산 기업이 대규모 풍력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제주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석유·천연가스회사의 한국법인인 에퀴노르사우스코리아후풍과 특수목적법인인 추진 등 2곳이 18조원을 투자해 추자도 앞바다에 해상풍력 사업을 계획했다.

이들 사업자는 추자도 서쪽 10∼30㎞ 해역과 동쪽 10∼30㎞ 해역 등 2곳에 설비용량 총 3천㎿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설비 건설을 계획했다. 이들 회사는 높이 260m에 달하는 260여 대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3천㎿는 약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추자도 주민들로 구성된 추자도해상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는 "사업 계획과 같이 추진된다면 앞으로 30년간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 수준 해상영토 4억㎡가 사라지게 된다"며 반대했다.

대책위는 "전남으로 연결되는 길이 614㎞의 2만2천V 해저케이블도 추자면 해역을 회복 불능으로 만들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풍력 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공재의 사유화 논란도 일고 있다.

뿔난 통영 어민…'CPTPP 가입·해상풍력 발전사업 반대' [연합뉴스 자료 사진]

울산에서는 2030년까지 울산 앞바다에 9천㎿급 부유식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계획돼 있다.

지난 민선 7기 울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6개 업체가 6천100㎿급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고, 지역 내 어민단체와의 협약 등 주민 수용성 확보도 일정 부분 진행됐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회의적인 시각이 일고 있다.

김두겸 시장은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일부 어민단체들도 "어민들과 합의되지 않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진행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나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참여업체들이 어민들에게 지급한 70억원의 상생 자금과 관련해 울산해경이 자금 배분에 문제가 없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는 인공어초와 바다목장을 설치 중인 안산 풍도 앞바다에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등 3개 사가 사업비 5천여억원을 들여 풍도 남측 앞바다 10㎢에 풍력발전기 23기를 2025년 말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허가 수역 중 2.6㎢가 인공어초와 연안 바다목장 조성 추진 수역과 겹친다.

해당 수역은 경기도 해양공간 관리계획에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경기도 해역 내 수산자원의 마지막 보고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경기도의 의견 조회 없이 진행됐고 지난 2월 설명회 직전에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인공어초와 연안 바다목장 수역과 겹치는 곳을 사업지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서부발전 측은 "사업 인허가는 적법하게 진행됐다"면서 "예정 수역에 경기도가 추진하는 인공어초와 바다목장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들 업체는 해상교통안전 등을 고려할 때 사업지 변경이 여의치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부산서 열린 해상풍력발전 반대 집회 [연합뉴스 자료 사진]

충남 보령시도 한국중부발전과 공동으로 외연도와 호도 일원에 6조원을 투입해 1천㎿급 해상 풍력 발전설비를 갖추는 해상 풍력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충남 태안군도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민선 8기 전략사업으로 제시했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앞바다에는 현재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총 3건 추진되고 있다.

전체 계획 면적은 150㎢로, 여의도의 50배가 넘는다.

또 전북 고창과 부안 앞바다에는 2천460㎿ 규모의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 역시 어업에 지장을 준다고 주장하는 어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에서는 옹진군 덕적도 서쪽 해상에 1천600㎿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해상풍력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한 바람세기 측정 장비 '풍황계측기' 2대가 해양수산부 허가 없이 설치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샀다.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의 환경 훼손과 주민 수용성 문제로 인해 공공적으로 풍력 자원을 관리하기로 하고 인허가 권을 제주도지사가 갖도록 했다"며 "풍력발전에 대한 공공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어 "풍력단지 추진에 있어 환경 및 경관 훼손을 방지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 이익을 지역에 환원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시간당 발전량 57만6천809GW 중 공해 발생이 없는 풍력발전 및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4만3천96GW로, 전체 발전량의 7.5% 수준이다.

또 풍력발전은 시간당 3천150GW 전체 국내 발전량의 0.55%,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7.3% 수준이다.

(정찬욱 최찬흥 한지은 허광무 나보배 최은지 손형주 고성식 기자)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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